경찰 '윤석열 청부살인' 게시글 작성자들 내사 착수…경찰청, 서울경찰청에 지시
전문가들 "청부살인 모의글 올린 것만으로는 법적 처벌 가능성 낮아"
"사이트 형태가 다 볼 수 있는 공간인지, 단순히 정치적 반대 견해 공유 상황인지 따져봐야"
"文정권 적폐몰이 잔재…아직도 보수진영 잠재 적폐세력으로 보고 있어 발생한 일"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청부살인' 게시글이 올라와 경찰이 게시글 작성자들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청부살인 글을 작성한 행위만으로는 법적 처벌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개인의 정치 성향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되는 현상은 경계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윤 당선인 청부 살인을 모의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댓글들이 달리자 작성자들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가 확정된 지난 10일 이후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윤 당선인에 대한 살인청부 관련 게시글이 올라오자 경찰청이 서울경찰청에 입건 전 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올라온 글들을 보면, '청부살인 의뢰하면 안 되나', '10만 명이서 공구(공동구매)하면 안 되냐', '필리핀 청부 공구하자 우리', '필리핀에서 청부살인 얼마더라, 죽이고 싶은 사람(윤 모씨)이 있다', '윤석열에 살인 청부업자 보내자', '청부살인 남자 기준 필리핀 600만원, 말레이시아 270만원이래' 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입건 전 내사를 하라는 본청 지시에 따라 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협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는 법률 검토 단계라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형법 제283조(협박)는 사람을 협박한 자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500만 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을 상대로 온라인상에 협박 글을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2019년 한 누리꾼은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 "문재인 대통령을 죽이려고 총기를 불법으로 구입했다"며 총기와 탄창, 실탄 여러 발을 인증하는 사진을 올렸다. 경찰은 이 누리꾼이 해외에 거주한다며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검찰에 기소중지 의견을 달아 송치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해악에 대한 실현 가능성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다"며 청부살인 글만으로 법적 처벌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단순히 청부살인의 의사를 밝힌 데서 더 나아가 청부살인의 실현에 이를 수 있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단순히 장난 섞인 분풀이성 글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도가 지나쳐 수사기관의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다솔 법률사무소 김운용 변호사는 "협박죄나 예비 음모로 처벌하려면 막연한 공상이 아니라 어느 정도 구체성이 필요하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도는 살인 청부를 공동구매 하겠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계좌를 개설하고 모금 행위로 이어졌는데 이 모금 행위도 진지하게 윤 당선인에 대한 청부 살인을 실행할 의사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3대가 불행해질 거라는 얘기를 듣는다고 해서 해악의 고지로 판단하지 않듯이 이것만 가지고는 처벌이 어려워 보인다. 다만 정치적으로 극단화되면 실제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있다. 정치적 반대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누구를 암살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기관 입장에선 처벌 가능성이 없더라도 일단 조사는 해보고 넘어갈 사건 같다"고 덧붙였다.
선플SNS인권위원회 공익법률지원단장으로 활동했던 윤기원 변호사는 "상식을 가진 사람의 관점에서 봤을 때 심리적인 두려움을 느낄만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협박죄가 될 수 있지만, 해악의 고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이 얘기가 오고간 사이트 형태가 다 볼 수 있는 공간인지, 단순히 정치적인 반대 견해를 자기들끼리 얘기한 상황이었는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 적폐를 청산 대상으로 삼았는데, 아직까지도 보수 진영을 잠재적 적폐 세력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며 "일시적인 흥분상태여서 청부 살인이 실제 실행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