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달부터 플랫폼별 비교…가격 인하 유도
데이터 오류에 신뢰 떨어지고 실효성 논란도 커져
“배달 환경 개선 등 현실적인 대안 모색해야” 지적
정부가 치솟는 배달비를 잡기 위해 ‘배달비 공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업계, 소비자들은 외면하고 있다.
배달비 공시제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플랫폼 간 배달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부터 한 달에 한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단협)와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배달플랫폼별 배달비, 거리별 할증요금, 배달 방식별(묶음·단건) 수수료, 최소주문액 등이 공시된다.
그러나 배달 방식과 거리, 시간대, 날씨 등에 따라 배달비 편차가 발생하는 만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미 지난달 첫 공시된 ‘배달플랫폼별 소비자 부담 배달비’ 조사 결과에서도 우려했던 부분이 그대로 드러났다.
조사 당시 배달의민족(배민)은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 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어 거리에 따른 추가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 2~3km 구간에서는 배달비가 5000원을 넘을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 발표 자료에서는 서울 중랑구에서 2~3km 미만 거리에서 주문한 떡볶이의 배민1 배달비가 7500원이라고 표기돼 논란이 일었고, 이에 소단협은 3~4km 미만을 2~3km 미만으로 잘못 표시했다며 시정했다.
또한 제품의 중량과 조리법, 인건비, 매장 상황 등에 따라 배달비가 가게마다 다르게 책정될 수 있는데 이를 같은 종류 음식이라고 한데 묶어 비교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주요 배달앱을 통해 배달비를 이미 확인할 수 있다 보니 정보를 공개하는 자체가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소단협 홈페이지에 관련 게시물 조회수는 25일 오후 2시30분 기준 1498건이다. 공시가 지난달 25일에 올라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53명이 게시물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정부도 배달비가 수시로 변경되고 조사의 사례 수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문제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소단협은 지난 4일 2월 배달비 보도자료 문제제기에 대한 반론 성명서를 통해 “조사 수를 확대하기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묶음 서비스와 단건 서비스를 구분해 배달비를 비교·제시하지 않은 이유는 묶음, 단건 서비스에 따른 가격차가 없는 경우가 39건으로 많았고, 묶음·단건과 같은 서비스 특성에 따른 세세한 배달비 비교보다는 시범 조사로 앱에 따라 가격차가 있다는 정보 제공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달비 인상의 주 요인은 배달 라이더 수가 시장 성장세를 쫓아오지 못한 데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20조원에서 지난해 40조원으로 2배 성장했다.
반면 통계청의 ‘2021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배달 종사자 수는 42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7만1000명) 대비 14.2%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배달 한 건에 한 곳 만을 배달하는 단건배달이 라이더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소비자들마저 외면하고 있는 배달비 공시제를 더 유지할 명분이 없다. 정부는 플랫폼별 줄 세우기보다는 라이더 확보 등 배달 환경 개선과 같은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