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기업규제 완화’ 기조 맞물려 전면 재논의
“자정작용으로 소상공인·이용자 피해 방지 가능”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온플법)이 자율규제안으로 전면 재검토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기업규제 완화’ 기조와 맞물려 기존에 추진되던 강도 높은 사전규제에서 기업의 혁신성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플랫폼 기업과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온플법 논의 초기부터 무분별한 규제 도입으로 혁신성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자정작용을 통해 거대 플랫폼이 발생시키는 ‘갑질’과 골목상권 침해 등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김칫국 규제로 혁신기업 미래 망쳐서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도입방안 토론회’를 열고 대선 이후 처음으로 온플법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전개했다.
온플법은 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거대 플랫폼이 발생시키는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권한 다툼이 지속됐고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상태였다.
변수로 떠오른 것은 윤 당선인의 기업규제 완화 기조다. 윤 당선인은 플랫폼 분야 규제 기조 관련 “특유의 역동성과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한다”며 “필요시 최소 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플랫폼에 대한 차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에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카카오 창업멤버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김칫국 규제로 미래를 망쳐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기업 죄인 모드로 계속 갔는데 왜 우리나라는 기업이 글로벌로 나간다고 하면 도와주지 않고 꿈을 망가트리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기업과 맞설 경쟁력 있는 토종 디지털 기업들을 보유한 유일한 나라”라며 “성장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규제는 공정거래법, 약관규제법, 전자상거래법 등 지금 있는 법으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상생형 발전기금·자율규제기구’ 대안 제시
업계는 지난해 온플법 도입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온플법은 그동안 억측과 주장만 있고 소비자 후생 저하,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피해영향, 글로벌 경쟁력 변화 등 어느 것 하나 명확한 실태조사도 없이 ‘불공정’과 같은 모호한 단어로 무리하게 추진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의 역할은 플랫폼에 대한 세부 규제가 아닌 전통사업과 플랫폼 간 갈등을 해결하고 조율하는 것”이라며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핀셋규제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는 사후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감한 규제혁신이 더욱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플랫폼이 발생시키는 문제는 ▲상생형 지역유통발전기금 도입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 설립 ▲플랫폼 내부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의 자정작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플랫폼 자율규제에 찬성하는 이유는 사업 자체가 자율규제를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플랫폼은 소비자들과 매시간 연결돼 있기 때문에 ‘불매운동’처럼 자율적인 정화 작용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영역이다”라고 설명했다.
규제당국인 정부도 자율규제에 따른 최소규제 방안을 고민할 방침이다. 정창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기획관(국장)은 “올해 각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해 진흥정책을 수립하고 자율규제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재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은 “지난해 온플법 수정안을 통해 사업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자율규제성을 높이고 강행규제를 대폭 삭제했다”며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고 산업 특성에 맞게 최소한의 의무만을 규정하는 방향으로 민관과 협력해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해 국정과제 반영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영식 의원은 “최근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기업의 자율규제 도입을 언급한 바 있는 만큼 어떻게 자국산업을 보호하면서 미래 먹거리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