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장관 취임 후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은 같이 갈 것"…산하 기관장 물갈이 돌입
산업부 국장 "사장님 사표 수리 방침 정해졌다…이유는 '일신상의 이유'로 적어 달라"
白 취임 전후 기관장 1차 물갈이…2018년 초부턴 ‘탈원전 드라이브’
윤호중 “3년 전 혐의 없다고 한 것…검찰공화국으로 가는 신호탄 우려”
산업통산자원부 A 국장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취임 50일 직전에 산하 공공기관장들을 불러 사표 수리가 확정됐다며 사표를 종용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백운규 전 장관 취임 이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매체의 분석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2019년 1월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과 한전 자회사 4곳의 사장들이 당시 산업부 장·차관의 압박으로 사표를 낸 정황이 있다며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산업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된 자원외교의 문제점을 들어 기관장들의 사퇴를 종용했다며, 백운규 전 장관 등 산업부 고위 인사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동부지검은 고발장 접수 후 3년 2개월 만인 지난 25일부터 산업부와 공공기관 8곳을 잇달아 압수수색했다.
30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백운규 전 장관이 2017년 9월 11일 장관 취임 50일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가 산업부 산하 기관장 줄사표로 이어지는 기점이 됐다. 백 전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후 공공기관장과 간담회를 열고 국정철학을 공유했다.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은 같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운규 전 장관의 물갈이성 발언 며칠 전에는 산업부 A 국장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사장들을 차례로 서울 광화문 내 위치한 호텔로 불렀다.
전직 발전자회사 사장 B 씨는 “9월 초 ‘긴히 전할 말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갔다. 사표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A 국장이 “사장님 사표를 수리하기로 정부 방침이 정해졌다. 사표를 내라는 요청이 오면 ‘일신상의 이유’를 사유로 적어 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발전자회사 사장 C 씨는 “A 국장을 2017년 9월 6일 오후 2시경 만났다”고 말했다. B 씨와 동일한 장소였다. C 씨는 사표 제출 요구를 받고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또한 “‘차라리 권고사직으로 하자. 그래야 나도 할 말이 있지 않겠느냐’고 항의했는데, A 국장이 ‘그건 안 된다’며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B 씨와 C 씨는 모두 “사직 의사가 없었지만 혹시나 불이익을 당할까 봐 두려워 요구하는 대로 사표를 냈다”고 강조했다. 이후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4곳 사장이 사표를 냈고, 이들이 낸 사표는 19~22일에 모두 수리됐다.
산업부 공공기관장 줄사표는 2017년 7월 백 전 장관 취임 전·후로 시작됐다. 비위가 적발됐거나 노조와 갈등을 빚던 공공기관장이 첫 타깃이었다. 노조와 충돌했던 ‘친박’ 출신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감사원 감사를 통해 채용비리가 지적된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등은 백운규 전 장관이 2017년 7월 장관 취임 후 사표를 냈다. 이어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발전 등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4곳의 사장들도 일제히 사표를 냈다.
백운규 전 장관이 2017년 7월 장관 취임 후 같은 해 12월까지 산업부 산하 기관장 중 절반 이상은 공석이었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 줄사표가 일단락된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등 다른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 물갈이도 이뤄졌다. 에너지 분야를 비롯해 산하 공공기관장을 대거 교체한 산업부는 2018년 초부터 탈원전 드라이브를 본격화했다.
여당은 불만을 쏟아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9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갑작스런 검찰의 수사 재개에 대해 “3년 전 수사해서 혐의가 없다고 덮어놨던 것”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강제수사를 시작한 것에 대해 ‘검찰공화국’으로 가는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