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尹정부 초대 내각
경제부총리 추경호·금융위원장 최상목
외교부 박진·산자부 이창양·과기부 김창경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내각 구성이 이르면 내주 중으로 진용을 드러낼 전망이다. 후보군이 점점 좁혀지는 가운데 윤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책임총리·책임장관제의 취지를 고스란히 따르는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데 이어 내각 인선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경제·안보라인에 포진할 면면을 우선적으로 발표하고, 4월 중순 이전 전체적인 구성안을 공개할 전망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의 이번주 일정은, 절대적인 시간이 인선에 필요하기 때문에 인선 몰입과 내각 구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적어도 다음주 이내에는 새 정부의 전체적인 내각에 대한 발표와 구상을 설명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언급했다.
내각 인선은 향후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내각 인선의 최우선 조건으로 '경제'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만큼,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 등 한덕수 총리 후보자와 '경제 원팀'을 이룰 인사들이 가장 빠르게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는 현재 인수위에서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재선의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추 의원은 19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등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국무조정실장 등 경제 관련 요직을 도맡아 온 인물이다. 국회 내에서도 기재위와 예결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목소리를 내온 바 있다.
금융정책을 총괄할 금융위원장 자리에는 역시 인수위에서 경제1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최상목 전 기재부 1차관이 거론된다. 최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역임하다 기재부차관으로 발탁되는 등 실무 능력을 인정받은 자타공인 '경제통'이다.
경제와 함께 가장 먼저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외교부장관 자리에는 현재 인수위 한미정책협의단장으로서 방미 중인 '외교통' 박진 국민의힘 의원과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부 제1차관을 지냈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국방부장관 후보에는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군 장성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후보군 중 한 명이다.
추가적인 경제 관료에는 실무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우선순위로 이름이 거론된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인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혹은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징이 유력하게 꼽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는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소속인 김창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가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윤 정부의 교육 정책을 이끌 교육부장관 후보로는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과 정철영 서울대 농산업교육과 교수가 물망에 올랐고,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을 맡고 있는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이 유력하다.
이름값 있는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들의 입각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당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문화체육관광부 혹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 발탁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임이자 의원은 환경부장관 후보로 입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尹, 총리 '장관 임명권', 장관 '차관 임명권' 보장
권력 분산 효과 노려…책임 내각 구현 뜻 피력
한편 윤 당선인 측은 이날 국무총리의 장관 임명권, 장관의 차관 임명권을 보장하며 책임 내각을 구현하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일정 부분 내각으로 분산하고, 총리 주도의 국정운영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국정 운영 방향성의 배경은 배경은 역시 인사권이다. 인사 추천권을 보장하는 대신 성과나 실정에 따르는 책임을 인사권자에 온전히 물음으로써 보다 실무에 집중하는 내각을 구성토록 한 것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당선인이 한덕수 후보자에게 내각 인선안을 먼저 보고하라 했고, 실질적인 인사를 논의했다"며 "총리는 장관, 장관은 차관 추천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책임총리제를 구현할 것"이라 강조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역대 많은 정부에서 책임총리나 책임장관제를 얘기했지만 실천되기가 쉽지 않았다"라며 "노력을 해도 오랜 관성과 관행을 끊어내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저희도 이를 새기며 임하려고 한다. 윤 당선인이 내각에서 장관이 함께 일할 차관을 추천해야 한다는 한 후보자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고,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하며 각 부처의 일에 있어 완결성을 꾀할 것"이라 설명했다.
정치권의 시선은 실제 내각 인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지에 쏠린다. 앞서 윤 당선인은 향후 내각 인사를 두고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이 책임지는 것이지만 저나 한 후보자나 가장 가까이서 일할 분의 인사에 대한 의견이 제일 존중돼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같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 후보자가 1차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내각의 밑그림을 그려 윤 당선인에게 보고하면, 윤 당선이 추가적인 검토 후 재가를 내려 인선이 이뤄지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제 하에서 책임총리제가 결국 허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발판과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구체적인 인선 면면이 드러날 수록 정치권과 국민의 냉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