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 천정부지 치솟아 ‘골머리’
코로나 타개 모델이었으나 배달 의존증 높여
외식업계, 자사앱 유도 정책 등 자구책 골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성장하며 호황을 누리던 ‘딜리버리 매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배달 주문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 배달앱 수수료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은 탓이다.
코로나19가 지속했던 지난 2년동안 배달앱은 자영업자에게 필수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 전체 매출의 15.3%가 배달앱 주문으로 이뤄졌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에는 3.7%에 불과했다.
외식업계는 코로나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배달에 주목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채우던 손님이 사라지면서 음식을 집 앞까지 직접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일부 치킨업계를 중심으로 딜리버리 매장 운영이 활발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외식업계 전반으로 확장됐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서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배달 거점으로 활용해 배달에 적극 대응하는 방식을 쓰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변한 시장에 대처했다. 가맹사업 역시 소규모 배달 매장을 중심으로 창업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 펼쳤다.
덕분에 딜리버리 매장은 호황을 누렸다. 비싼 임대료를 요구하는 시내 중심의 메인 상권을 떠나 주거지와 가까운 골목 상권에 정착해 비교적 운영 부담이 적은 데다, 초기 투자비용 역시 낮춰주는 이점이 크다는 이유에서 창업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최근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활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업체들은 확대되는 영업시간과 모임 가능 인원에 맞춰 그동안 줄여 왔던 매장 인력과 좌석수를 다시 늘리는 등 대처에 나섰다.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하는 한편, ‘탈(脫) 배달’에 속도를 냈다. 배달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최근 일부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를 중심으로 강화되는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야한다며 소송 등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배달앱들은 올해 초부터 수수료 요금제를 개편하고 현금 프로모션을 종료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쿠팡이츠는 지난 2월 초,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22일부터 단건 배달 요금 체제를 개편하면서 사실상 배달비를 인상했다.
그동안 배달앱이 진행했던 단건배달 프로모션은 수수료 1000원에 배달비 5000원으로 고정돼 있었다. 하지만 두 업체의 수수료 체제 개편을 적용하게 되면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배달료가 사실상 더 늘어나게 돼 소비자들 배달팁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게 외식업계의 설명이다.
끝없이 치솟는 배달료 부담에 지친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배달비가 실제 가게 매출이 아님에도 매출로 산정되는 구조에 있다. 사실상 점주들의 세금부담까지 늘게 됐다.
특히 배달 의존이 강한 딜리버리 매장 점주들은 암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배달 수요에 맞춘 몸집을 줄인 매장이 코로나 사태 최대 장점으로 각광 받았지만, 엔데믹 전환으로 상황이 바뀌면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0대)씨는 “국세청이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매출이 늘어나면 세금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라면서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광고료, 배달비, 부가가치세를 부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외식업계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이 높은 배달앱을 대신해 자사앱으로의 유도 전략이 대표적이다. 가장 최근에는 한자릿대 수수료율을 전면에 내세운 배달앱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사앱을 통해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자사앱 유도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면서 “외부 활동이 많은 가정의 달이 지나면 배달 수요가 이전처럼 다시 늘지 않을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