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6조원, 올해 20조원 적자 달할 듯
원가주의 핵심은 연료비 변동 적기 반영
이창양 후보자 "전력시장 민영화는 안 해"
지난해 역대 최대 적자를 낸 한국전력이 올 1분기에만 작년 규모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낼 전망이다. 올해 전체 적자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연료비가 치솟았는데 물가 상승 우려에 전기요금은 동결된 여파다.
한전의 적자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새 정부가 공언한 '요금 원가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가주의가 강화되면 향후 전기요금 산정에서 연료비 변동분 반영이 적기에 이뤄져 한전의 적자 폭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오는 13일 2022년 1분기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는 한전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를 창사 이래 분기 사상 최대 적자인 마이너스(-) 5조7289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액(5조8601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해 1분기 57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가 전기요금 합리화를 위해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무력화된 것이 본질적인 이유다. 정부는 작년 1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물가 안정'을 이유로 계속해서 전기요금 정상화를 늦춰왔다. 일각에서는 물가보다는 사실상 선거 등 정치적·정무적 판단의 개입 때문이라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그 여파로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 등으로 국제유가,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했다. 시장이 내다보는 한전의 올해 연간 영업적자는 20조원 안팎이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는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를 17조4723억원으로 점쳤다.
새 정부 공언한 '요금 원가주의' 힘 실리나
한전이 최악의 실적이 예약된 만큼 새 정부가 공언한 '요금 원가주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기요금 산정에서 원가주의가 시행되면 향후 연료비 변동분에 대한 반영이 적기에 이뤄지는 만큼 한전의 적자 폭도 개선될 전망이다.
원가주의를 이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손질에도 나선다. 전기요금 조정과 체제 개편을 맡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적·정무적 판단의 개입에서 벗어나 국제 에너지 가격 등락에 따라 전기요금을 조정하기가 지금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보자 역시 한전의 적자에 대한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를 이유로 억누른 전기요금을 오래 운영했다"며 "이런 상황이 (오래) 간다면 결국 한전의 적자, 국민 부담이 되므로 어느 정도까지 원가 변동분을 요금에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최근 불거진 전력 시장 개방 논란에 대해서는 "시장 민영화한다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력구매계약(PPA) 허용 범위 확대 등으로 한전의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했다고 밝히자 일각에서는 민영화가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한전의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한다는 것은 전력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서 다양한 전력서비스 사업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라며 "전력 시장을 민영화한다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