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마통 미사용잔액 충당금 쌓아야
“중·저신용자 제도권 밖 밀려나갈수 있어”
저축은행들이 내달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종합통장대출 즉 마이너스 통장(마통)과 같은 한도성 여신의 미사용 잔액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쌓는다. 저축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본격 돌입하면서 시중은행에 밀려 2금융권에서 마통을 뚫으려 했던 금융 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에 내달 1일부터 적용되는 상호 저축은행 감독업무 시행 세칙 개정안을 공유했다.
개정안에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한도성 여신의 미사용 금액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산정 시 한도성 여신 미사용금액 반영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마통에 손을 뻗은 이유는 최근 1년 사이 저축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저축은행의 마통(종합통장대출) 자산은 지난해 16조1724억원으로, 전년(6조298억원) 대비 10조원이 넘게 불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보한 국내 저축은행 대출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19조4850억원으로 전년(13조4523억원) 대비 6조327억원 증가하며 1년 새 45%가량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개인 대출도 37조8593억원으로 전년(31조5954억원) 대비 약 20%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금융권의 대출규제가 본격화되자 1금융권에서 밀려난 중·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린 ‘풍선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그동안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이나 보험업권과 달리 한도성 여신의 미사용 금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아도 됐지만 내달부터는 미사용 금액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는 금융사들의 건전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지난해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강화방안의 후속 조치 일환이다.
예를 들어 현행에선 3000만원의 마통을 사용하는 차주가 1000만원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면 저축은행은 1000만원에 대한 충당금만 쌓으면 됐지만 앞으로는 미사용 금액 2000만원에 대해서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쌓아야 한다. 미사용 금액에 대한 신용환산율은 올해까지 20%, 내년부터 40%가 적용된다.
저축은행들은 앞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마통 미사용을 대비해 한도를 축소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에게 마통을 내줄수록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다만 업계는 대출 규모를 줄일 경우 취약 차주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고심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어 수익성 및 경쟁력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업계별 자산 규모에 따라 충당금 적립에 대해 느끼는 부담은 천차만별”이라면서도 “다만 은행별로 마통 한도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등의 조치로 1금융권에 밀려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절벽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업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수익 창출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중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