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공동합의문 체결 이후 4개월여 만에 합의
당일배송 갈등, 인수시간 하루 3시간으로 명문화해 해결
CJ대한통운 대리점 연합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4개월여 만에 표준계약서 부속 합의서에 합의했다. 양측은 지난 3월 공동합의문을 체결했지만 이후 부속합의서 세부내용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을 겪어왔다.
이번 합의로 업계에서는 그간 설, 추석 등 택배물량이 폭증하는 성수기철마다 반복된 파업으로 고통받아 온 유통업계와 자영업자는 물론 소비자들도 안정적인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리점연합과 택배노조는 18일 서울 중구 대리점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2일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4차례 본회의와 4차례 실무 협의를 진행한 끝에 부속합의서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부속합의서는 ▲인수시간의 제한 ▲이형 등 상품의 처리 ▲보건상 조치 의무 ▲업무일 등 크게 4가지 쟁점으로 구성돼 있다.
개인별로 분류된 택배 물품을 차량에 싣는 인수 시간의 경우 현재는 제한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하루 3시간 이내로 제한해 장시간 업무를 방지하기로 했다. 다만 택배 물량이 증가하는 특수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예외를 두기로 했다.
현장 택배기사들의 불만이 많았던 이형 상품의 경우에는 규격을 초과하거나 자체 상품 규정에 위배될 경우 별도 처리기준을 마련해 따르기로 했다.
또 택배기사가 건강검진 시 이상소견이 나올 경우 정밀검진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양측은 주 6일 업무를 원칙으로 하되, 사회적 합의에 따른 주 5일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측의 쟁점 중 하나였던 당일배송과 관련해서는 작업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담당구역 내 배송 화물 전부를 당일배송 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김종철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회장은 “그동안 노조 측과 이견이 많았지만 결국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면서 “현장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가지 일도 차후 협조를 통해 해결하겠다. 이번 합의가 CJ대한통운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업계 최초의 노사합의라는데 의미가 크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CJ대한통운의 노사관계가 안정화 됐구나’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매우 유의미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갈등의 씨앗으로 불린 부속합의서 합의…반복되는 성수기철 파업 없어질까
CJ대한통운과 노조의 합의를 놓고 업계에서는 파업 갈등의 최대 쟁점이 해결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이 업계 1위인 만큼 이번 합의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일종의 표준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작년 노사정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주 60시간 근무 등의 내용이 담긴 사회적 합의를 통해 표준계약서를 마련한 바 있다.
당시 CJ대한통운은 표준계약서에 더해 당일배송, 주 6일제 등의 내용을 담은 부속합의서를 추가했다.
이를 두고 대리점연합 측은 당일배송 또한 주 60시간 근무제 안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주 6일제 조항이 택배기사 휴일을 보장한다고 주장한 반면, 노조 측은 이 조항이 택배기사의 과로사 위험을 높인다며 반박해왔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통해 인수시간을 명문화하면서 이 같은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부속합의서에 있던 당일배송이란 용어를 인수시간으로 바꾸고 하루 3시간으로 명문화한 것”이라며 “기사들이 7시에 출근하면 10시엔 짐을 싣고 나갈 수 있도록 편법으로 운영됐던 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