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올해 채권 6조5천억 순매수
연 4% 수익률에 증시서 눈 돌려
삼성證 특판채권 27분만에 매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 몰리고 있다. 최근 변동성이 높아진 주식 대비 안전한데다 은행 예·적금에 비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에 증권사들도 채권 상품 출시를 강화하면서 증시를 떠나는 개인 고객들을 붙잡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채권 6조5562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9725억원)보다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이미 작년 한해 전체 금액(4조5675억원)을 뛰어넘었다.
유형별로 보면 올해 개인의 회사채 순매수 금액은 3조5613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어 기타금융채(2조1320억원), 국채(9918억원), 특수채(9246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5178원) 등의 순이었다.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21조1372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61조3228억원)보다 65%나 줄어들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를 이탈해 채권 투자로 눈을 돌린 것은 안정적인 수익 때문이다.
최근 불안한 흐름을 보인 증시와 달리 채권시장에선 채권에 따라 연 4%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 최종호가 수익률 기준 전날 회사채(무보증3년) AA- 등급의 금리는 연 4.092%을 기록했다. 1년 전 연 1.908%와 비교해 2.184%p 올랐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투자자들에겐 저가 매수 기회로 여겨진다.
투자자들은 이미 발행돼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을 낮은 가격에 매수해 매매차익을 노릴 수 있다. 신규로 발행되는 채권은 발행금리가 높아져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증권사들이 투자 접근성을 개선한 것도 개인 채권 투자자들을 끌어당겼다. 채권 투자는 과거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지만 현재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1000원 단위로도 거래가 가능하다.
증권사들은 상품 출시를 통한 고객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5일 세전 연 4%대 특판 채권을 300억원 한도로 선착순 판매했다.
KB금융지주(4.3%)·우리은행(4%)·농협은행(4%) 모두 최소 1000원 단위부터 매수가 가능한 선순위 채권이다. 이 특판 채권은 당일 27분 만에 매진됐다.
KB증권은 오는 9월 말까지 온라인으로 채권을 100만원 이상 매수하는 고객에게 커피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KB증권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수요 증가로 올해 상반기 온라인 채권 매매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500%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도 국채 등 장기채 투자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속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7월 19일 연 1.459%에서 전날 연 3.192%까지 치솟았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7월 금통위를 통해 향후 기준금리 전망 불확실성이 낮아졌고 경기에 대한 우려도 점증하고 있어 금리가 반등할 경우 장기물 중심의 매수 대응 전략을 권고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물가 정점 시기가 아직 오지 않은 만큼 이를 확인한 후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수정한 물가 경로를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장기채 매수 시점은 인플레 피크아웃 확신을 가질 때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