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강도 긴축…2년 반만에 역전
속도조절 시사...금리인상 부담 완화
“원화 방향성 주목...외인유출 제한”
미국의 2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하면서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최근 2400선을 회복한 코스피지수가 추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0.75%p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날 오전 11시 35분 코스피지수는 7월 FOMC 결과를 소화하며 전 거래일 대비 23.01p(0.94%) 오른 2438.54를 기록하고 있다.
예견된 인상이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향후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인상 관련 부담이 완화되면서 미국 뉴욕 3대 지수도 일제히 상승 랠리를 펼친 것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조정과 가계의 구매력 약화가 소비자물가를 점차 낮출 것으로 전망한다”며 “연준이 물가가 추세적으로 완화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금리 인상을 지금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자이언트 스텝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연 2.25∼2.50%로 한국의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졌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것은 지난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금리가 역전되면 통상 자금이 고금리 환경으로 이동해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달 25일 예정돼 있는 만큼 당분간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지속될 전망이다.
과거 한·미 금리 역전은 총 세 차례 발생했다. 1차 금리 역전 시기에는 150bp(1bp=0.01%포인트) 차이가 났고 나머지 두 차례에선 모두 100bp로 역전됐다. 다만 주가와 자금 유출입은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첫 금리 역전이 일어난 지난 1999∼2001년에는 코스피와 원화 가치가 각각 35%, 9% 떨어진 반면에 외국인 투자자금은 17조원 유입됐다.
2차 시기인 2005∼2007년에는 코스피가 2000을 돌파했고 원화 가치도 9% 올랐지만 외국인 자금은 34조원이 빠져나갔다. 3차인 2018∼2020년에는 코스피와 원화 가치가 각각 17%, 14% 하락했고 외국인 자금 7조원이 이탈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차이보다는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자본 유입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이달 중순 1320원대로 치솟았던 달러화는 최근 진정세를 보이며 1300원대로 내려 앉은 상태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준금리 역전은 과거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원화 방향성이 외국인 자금 유출입을 좌우할 것”이라며 “수출 경기 둔화와 무역수지 악화 등은 정점을 통과하고 있고 외국인 자금 유출 여력도 제한돼 원화의 대내적 약세 요인은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말했다.
달러화가 안정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사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인은 이달 들어 전날인 2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683억원을 순매수했다. 올 들어 월간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웃돈 건 처음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1314억원을 사들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 하향 안정세는 외국인 순매수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물가 정점 통과가 확인될 경우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기술적 반등, 단기 급락 이후 정상화 국면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