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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감독시스템 구멍…수차례 검사 헛수고


입력 2022.08.01 14:04 수정 2022.08.01 14:09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횡령 등 금융사고 전까지 ‘깜깜’

내부통제TF 등 재발방지 총력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데일리안

최근 은행 등에서 횡령과 이상 해외송금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이 수차례 검사에도 사고를 인지하지 못해 감독시스템에 구멍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은행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고 당국의 감독 시스템을 검토하는 등 재발 방지 마련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에서 우리은행 700억대 횡령, 4조원 해외 이상송금 등 대형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검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은행에서 700억원에 달하는 횡령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우리은행 본점 직원 A씨는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여덟 차례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빼돌렸다.


그는 은행장 직인을 도용하거나 허위보고 하는 식으로 돈을 가로챘다. 당시 해당 직원이외부기관 파견을 간다며 허위보고를 하고 1년간 무단결근한 사실도 금감원 검사를 통해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틀 후인 28일에도 가상화폐 환치기로 의심되는 해외송금 거래가 신한은행·우리은행에서 발생했다며 검사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지난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환송금 거래 규모는 총 4조1000억원으로 처음 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했던 2조5000억원보다 많았다.


수조원대 자금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국내 법인, 은행을 통해 홍콩·중국 등으로 빠져나갔다. 금감원은 현재 다른 은행에서도 이런 외화거래가 있었는지 검사 중이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다만 금감원은 사고가 발생하는 기간 수차례 검사를 진행했음에도 사고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감독 체계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2가지 사고가 모두 발생했던 우리은행에 대해 지난 2012~2018년까지 최소 11차례 종합검사와 부문검사를 진행했지만 관련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해 2014년 종합평가, 2016·2018년 경영실태 평가 등을 실시했다. 올해 2월초까지도 우리은행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했지만 거액이 횡령 사고와 이상 해외송금 여부는 발견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검사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금융권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직접 책임론에는 선을 그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검사에서 해당 사고를 발견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금감원은 리스크 취약점에 대해 상시 검사를 하거나 자산건전성과 지배구조 등 시스템 중심으로 보고 있어 은행 개별 부서, 거래를 일일이 검사하고 적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외국환거래법, 자금세탁 방지법 절차나 필요한 유무를 충실히 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중점으로 보지만 영업점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종류의 송금거래를 다 볼수는 없다”며 “검사를 여러번 나갔는데도 이런 이상 해외송금 거래가 지속적으로 있었던 부분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비슷한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와 함께 함께 금융권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며 협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직원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휴가를 보낸 뒤 업무를 점검하는 명령휴가 제도와 경영진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지배구조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국민적 관심이 큰 사고에 대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검사 상황도 소상히 밝힌 것은 잘한 일”이라며 “은행의 1차적 잘못은 과감 없이 지적하는 대신 금융당국 시스템 허점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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