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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낸드 위협, 기술력으로 따돌린 SK하이닉스·삼성전자


입력 2022.08.04 13:56 수정 2022.08.04 13:57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SK하이닉스 업계 최고층 238단 낸드플래시 최초 개발

삼성전자는 저장 용량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중국 YMTC 기술력 의식했던 미국의 규제안에 영향 미치나

2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Flash Memory Summit)' 행사 현장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삼성전자



미국 정부가 중국 국유기업 YMTC의 낸드플래시 제조 기술력을 의식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강화에 나서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에 반전이 생겼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곧바로 각각 반도체 신기술을 선보이면서다. 산업이 혹한기로 접어들 것이란 경고음이 커지고 있지만, 이번 계기로 다시 한번 위기를 넘었다는 평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층인 238단 512GB TCL 4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현존하는 메모리 반도체 중 최고층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다. 지금까지는 지난달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양산 계획을 밝힌 232단이 최고층이었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탑재돼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저장해 주는 메모리 반도체다. 데이터 저장공간인 셀(Cell)에 몇 개의 정보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규격이 나뉘지만 기본적으로 수직으로 쌓는 적층 기술이 경쟁력의 척도다. TLC는 셀 한 개에 3비트(8개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 낸드 238단.ⓒSK하이닉스

저장 용량은 커졌지만, 고난도 설계 기술을 적용해 제품 크기를 작게 만들었다. 직전 세대인 176단보다 층수가 높아졌음에도 생산성은 34% 늘었다. 단위 면적당 용량이 커진 칩이 웨이퍼당 더 많은 개수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데이터 전송 속도 역시 초당 2.4GB로 이전 세대 대비 50% 빨라졌다. 칩이 데이터를 읽을 때 쓰는 에너지 사용량도 21% 줄어 전력소모 절감에도 효과적이다.


삼성전자 역시 차세대 낸드플래시 기술을 대거 내놨다. 다만 적층 기술보다는 데이터 저장과 처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 선보인 '페타바이트 스토리지'는 저장 용량이 1000조 바이트급이다. 1페타바이트(1PB=100만GB) 영화 17만 4000편을 담을 수 있는 용량이다.


최근 데이터 수요량이 급증하면서 GB(기가바이트), TB(테라바이트)를 넘어 PB(페타바이트)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향상해 최소한의 서버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CXL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반의 '메모리 시맨틱 SSD'도 선보였다. 메모리 시맨틱 SSD는 인공지능(AI)·머신러닝(ML) 등 작은 크기의 데이터를 많이 활용하는 빅데이터 등의 분야에 특화한 솔루션이다. 일반 SSD보다 읽기 속도와 응답속도를 최대 20배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이번에 국내 기업들이 선보인 이같은 차세대 기술은 최근 불거진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방침에 대한 우려를 조금이나마 불식시킨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초점을 맞춘 것은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 공급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국유기업 YMTC의 낸드플래시 제조 기술력이 올해 미국 기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러한 규제안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YMTC는 2018년 처음 32단 낸드플래시를 내놓은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연내 19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나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연말에는 232단 양산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았다. 이에 직전까지 176단이 최고층이었던 국내 기업과 미국 마이크론보다도 더욱 빨리 초고적층 낸드 시장을 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다만 이번 SK하이닉스의 기술 초격차 성공으로 인해 당분간 이러한 배경을 둘러싼 문제는 어느 정도 일단락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 규제안이 시행될때 중국에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는 국내 기업들의 타격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양사는 당장은 중국 내 공장 라인 증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규제안이 시행되면 향후 중국으로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해당 규제안이 초기 검토 단계라 지금 논의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어쨌든 지금같은 분위기에 국내 기업이 기술 초격차를 실현하며 반도체 기술 공급망에 대한 규제 강화를 조금이나마 낮출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또 오늘부터 국내 반도체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향후 기업투자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 국내 기업에 더 큰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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