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따리상 감소에 화장품 인기 시들
고환율에 일부 명품은 백화점, 직구 대비 가격 역전 현상도
세금 비중 높은 위스키는 오히려 가격 경쟁력 높아져
최근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위스키가 면세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존에는 중국 보따리상 수요가 높은 국산 화장품과 집객 효과가 좋은 명품이 대표 상품이었지만 최근에는 여행객들이 위스키 구매를 위해 면세점을 찾을 정도로 몸값이 훌쩍 뛰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약 1620억원(1억2365만 달러)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62%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MZ세대 사이에서 홈술 문화가 새로운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위스키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올 들어 달러 강세 현상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물류난 등으로 위스키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면세점에서의 판매량도 껑충 뛰었다.
롯데면세점에서는 최근 3개월 간 내국인 위스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0% 급증했다.
내국인 주류 매출에서 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85%로, 와인‧샴페인(6.3%), 코냑(3.8%), 민속주(1.9%) 등 다른 주종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방역 규제 완화로 여행객이 늘어난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인 현상이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폭발적인 수요”라며 “같은 기간 담배(250%), 화장품‧향수(220%), 주얼리‧시계(210%)의 내국인 매출 신장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라고 전했다.
기존에는 화장품과 명품 등 패션 잡화 매출이 사실상 면세점을 먹여살리는 구조였다.
화장품‧향수는 면세점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핵심 상품으로, 국내 면세점의 큰 손인 중국 보따리상 수요가 많았다. 또 명품은 집객과 매출 규모를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출입국 조치 강화와 코로나19 등 여파로 보따리상 입국이 제한되면서 화장품 매출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명품의 경우에도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고 해외직구가 확대되면서 일부 제품의 경우 면세점 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면세점들이 대규모 세일 행사와 환율 보상 프로모션까지 실시할 정도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
반면 위스키는 고환율 상황이 오히려 득이 되고 있다.
수입주류는 주세와 교육세에 더해 관‧부과세까지 초기 수입원가의 160%가 세금으로 붙는다. 그렇다 보니 면세상품으로 판매될 경우 가격경쟁력이 앞설 수 밖에 없다.
‘발렌타인 30년’의 경우 백화점에서는 120만원대, 주류전문점에서는 9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지만 시내 면세점 등에서는 할인 프로모션까지 적용하면 3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위스키 구매를 위해 제주공항 면세점을 다녀오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평일 오전 저렴한 항공권을 공략해 위스키 구매할 경우 되팔기만 해도 수십만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주류 면세 한도를 2L‧2병까지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당분간 위스키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면세업계의 경영 악화와 국민소득 증가 등 경제적 여건 변화를 고려해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를 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주류와 담배는 세금 비중이 커 면세품의 가격 경쟁력이 가장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면서 "최근 내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위스키 매출이 급증하면서 인기 상품에 대한 할인행사나 단독 상품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