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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문에 화답한 이재용,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입력 2022.08.19 14:10 수정 2022.08.19 14:38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19일 기흥사업장 연구개발 단지 착공식 참석, 복권 후 첫 현장 경영

이 부회장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 만들어가자" 임직원들에 당부

재판·지배구조·미중 패권 다툼·재고 리스크 등 산적한 현안 문제도

19일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이 직원들과 대화하는 모습.ⓒ삼성전자


최근 정부의 "범국가적 경제위기 등 절실한 상황을 고려해 국가 성장동력을 이끌 경제인을 엄선했다"는 의중에 따라 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행보와 향후 넘어야 할 산들에 눈길이 쏠린다.


19일 삼성전자측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연구개발 (R&D) 단지 착공식에 참석했다. 당초 해당 착공식은 경계현 DS(반도체) 부문장 사장 등 임직원 위주로만 진행되기로 했으나, 지난 15일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게 되면서 총수도 참석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기흥사업장은 삼성이 1983년 전세계 세번째로 64K D램 개발을 시작한 곳이자 삼성의 첨단 VLSI급 반도체 사업을 태동시킨 곳이다. 최근 반도체가 세계 각국의 경제안보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는 만큼, 선제적 투자와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춘 '반도체의 심장'으로 기흥사업장을 자리매김 시킨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화성캠퍼스 내 DSR 등을 중심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연구해왔다. 다만 기존 시설이 늘어나는 설비와 엔지니어 인력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추가적인 연구 시설이나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기흥사업장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국가적 차원의 반도체 첨단산업 육성이 공식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민간 기업의 시설 확충을 넘어선 차원이다.


2022년 7월 13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막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가 끝나자 박수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이 복권된 이후 첫 현장 경영으로 이 곳을 찾았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주문에 화답하는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로 읽히고 있다. 당초 이 부회장은 특별복권을 앞두고 "더욱 열심히 뛰어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과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역시 이 부회장은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차세대 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고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이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다. 이 부회장은 8.15 특별 복권으로 취업 제한은 풀렸지만 여전히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을 수 밖에 없음에도 매주 걸린 재판으로 인해 시간을 뺏기는 등 '경영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복권되자마자 수면 위로 떠오른 또 하나는 바로 지배구조 개선 문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대국민 발표를 통해 4세 승계를 하지 않고 선언하며, 오너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에 유리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의 구조로 가야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려면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오너 측면의 경영 리스크 외에 대외적인 악재도 산적해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이어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며 삼성전자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업황이 역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에서의 노선 굳히기 문제도 삼성전자의 명운을 가르는 외부 요소다. 그 와중에 대만 TSMC와는 비메모리 분야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추격 페달을 가속화해야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유럽이나 중국 등 글로벌 대형 시장에서 전자·가전 수요가 위축되며 완제품 주문량이 급감한 것도 위기다. 삼성전자 재고 자산은 올 상반기 5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거기에 잇따르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임금 인상 역시 이 부회장의 기업 경영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원재료 매입 비용은 작년 대비 25% 증가했고 인건비 역시 작년 대비 14% 증가했다.


거기에 최근 삼성 세탁기 도어 폭발 논란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삼성전자의 '비상경영체제 돌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반도체 및 스마트폰 부문에서 더 큰 도약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인수 합병 등으로 고려해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외적인 환경들이 너무 무거운 요소가 많다"며 "이번 특별 복권이 이 부회장에게 굉장히 어려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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