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부총리, 2003년 재경부 은행제도과장…매각 과정 관여
지난 5월 청문회 “무슨 책임을 져야하는지 몰라”
장혜영 의원 “엄중한 법의 심판 물어야”
우리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소송에서 일부 패소해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과 이자를 낼 처지에 몰렸다. 이에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이었던 추경호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책임론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한국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 우리 돈 28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론스타가 청구한 46억8000만 달러(약 6조1000억원)의 약 4.6%가 인용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11년 12월 3일부터 배상금을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이자를 내야하는데, 1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이자까지 모두 합하면 4000억원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추 부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매각 과정에 관여했으며, 2012년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할 때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그가 책임론의 중심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론스타 사건에 대한 추경호 책임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인사청문회에서 처음 문제가 붉어졌다.
청문회 당시 추 부총리는 “외환은행 주가는 액면가에도 못 미치는 3000원 대였고, 그 이후 증자를 통해서 우량 은행으로 탈바꿈하고 주가가 폭등했다”면서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에 업무를 추진하면서 국익을 위해서, 시장안정을 위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며 “법적인 문제 뿐만 아니고 실체적인 부분에서도 저희는 당시 정당한 판단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은 있었으나 당시 추경호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는 표결없이 합의 채택됐다. 그러나 이번 배상액이 발표되면서 다시 화살이 추 부총리를 향해 겨눠지는 모습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론스타 배상 등에 대한 책임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론스타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모두 론스타 사태와 직·간접적 연관이 있다. 이들을 포함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자 모두 청문회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은 논평을 통해 “국회 청문회와 검찰 수사를 통해 '모피아'들이 론스타의 먹튀 행각을 위해 복무했다는 의혹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라면서 “엄중한 법의 심판도 물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론스타 사태의 경우 외국계 사모펀드는 국내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법을 깨고 예외를 인정받아 일어난 사건이다. 이 결정이 이뤄진 것은 2003년 7월 15일 조선호텔 비밀회의였는데, 배석자 중 한 명이 추경호 부총리였다. 2012년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해 5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고 우리나라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