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1~8월 세단·RV 판매 현대차 5만5000대 이상 앞질러
디자인 갖춘 RV 라인업 인기…현대차 그랜저·아이오닉 6로 대역전 '예고'
기아가 국내 시장에서 '형님' 현대자동차의 판매량을 5만대 이상 앞지르고 있다. 세단과 RV(레저용차량) 모두 선방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현대차 판매를 웃돌지 관심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1~8월 국내 시장에서 승용 및 RV를 31만115대를 판매해 같은 기간 25만4903대에 그친 현대차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고급차 브랜드로 판매되는 제네시스와 버스·트럭 등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RV 판매만 비교한 실적이다. 지난해 1~8월 양사의 판매량 차이는 3만대였으나 올해에는 5만5000대까지 벌어졌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화물연대 파업 등이 겹친 악재 탓이라고는 하지만 비슷한 리스크를 겪은 기아에 5만대 이상 밀린 것은 뼈 아프다. 기아는 현재와 같은 판매 속도가 유지된다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현대차 연간 판매고를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
기아의 선전은 디자인 호평을 받은 SUV 라인업이 꾸준히 인기몰이를 한 데 있다. 그 중에서도 판매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 차급은 중형 SUV다. 2020년 3월 출시된 쏘렌토는 기아 RV 라인업 속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신차가 출시된 2020년 월평균 판매대수는 6856대였으며 지난해엔 5828대, 올해에는 5549대를 기록하며 출시된지 2년 6개월이 넘었음에도 식지 않는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도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는 싼타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같은 해 내놨지만 쏘렌토의 위력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싼타페의 2020년 월평균 판매량은 4798대이며 2021년엔 3467대로 감소했다. 올해에는 2123대까지 떨어졌다.
준중형 SUV에서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5세대 기아 스포티지는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월평균 판매대수가 6039대를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나타냈다. 올해는 반도체 여파에도 불구, 월평균 4256대로 상대적으로 견조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스포티지 경쟁차종으로 꼽히는 현대차 투싼은 2020년 9월 출시 이후 2020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10개월간 월평균 5000대 이상 팔리며 선전했지만, 스포티지가 출시된 이후에는 월평균 2900대로 '뚝'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다. 투싼 출시 일정이 1년 앞선다지만 두 차종의 증감률을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소형 SUV에서도 기아 셀토스가 현대차 베뉴, 코나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올해 1~8월 셀토스 판매량은 2만8490대로 베뉴(5599대), 코나(5842대)를 합친 숫자를 1만7000대 이상 앞선다. 셀토스는 코나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미니밴 '카니발 vs 스타리아' 승부에서도 카니발이 완승을 거두고 있다. 카니발은 2020년 8월 4세대 모델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만 월평균 4617대가 팔리며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풀사이즈 SUV 못지않은 웅장한 볼륨감에 프리미엄 실내공간, 첨단 편의·안전사양을 두루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스타렉스 후속 모델 스타리아를 지난해 4월 내놨지만 신차 효과가 무색하게 월평균 2500대라는 판매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스타리아는 카니발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그렇다고 현대차 승용·RV 모델이 전부 기아에 밀리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적' 테슬라를 잡기 위해 현대차·기아가 내놓은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와 EV6의 경우 아이오닉 5가 8월 현재까지 EV6를 3300대 이상 앞지르고 있다.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는 연말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월평균 5600대 이상 팔리며 볼륨 차종으로서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형 세단 쏘나타도 경쟁차종 K5를 1만대 이상 앞선다.
단일 차종으로는 스코어가 엇갈리지만 전체 성적에서는 밀린 현대차는 아이오닉 6와 신형 그랜저를 통해 연말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 아이오닉 시리즈의 첫 전기 세단이라는 상징성과 준대형 세단 간판 모델인 그랜저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6는 사전계약 첫날 3만7446대를 기록하며 벌써부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현대차 아이오닉 5가 보유한 국내 완성차 모델 역대 최다 첫날 사전계약 대수 2만3760대를 불과 1년 반 만에 1만3686대 초과 달성한 수치다.
지난 7월 부산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된 아이오닉 6는 ▲6.2km/kWh의 세계 최고 수준 전기소비효율(18인치 휠, 스탠다드 2WD 기준) ▲산업부 인증 기준 524km에 달하는 넉넉한 1회충전 주행가능거리(18인치 휠, 롱레인지 2WD 기준) 등에서 호평을 얻으며 현대차 자존심을 회복시킬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말 출시가 유력한 신형 그랜저는 이전 모델과 달리 직선 위주의 디자인 기조를 반영해 1세대 그랜저 이미지를 재해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TG, HG, IG(4세대~6세대)의 둥근 모습 보다는 각 그랜저 모습을 부분 차용하되 내부는 최첨단 안전·편의 사양으로 채워 차별화를 시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