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트럼프 '구리 행정명령' 서명 이후 본격 상승
구리, 안보 측면서 관리…AI 관련 미중경쟁서 핵심 광물 인식
25% 관세 부과 가능성…구리 수요 폭발하는데 공급 부족
"중국 내수 부양책, 구리 강세 전망케 하는 또 다른 원동력"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급증 영향으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구리 등 다른 원자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월 '구리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수요가 급증한 데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 개선되지 않는 공급 여건 등이 구리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는 톤당 9911.50센트로, 연초(8685.5달러)보다 14.1% 상승했다. 전날 한때 톤당 1만46.5달러를 기록해 5달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미 뉴욕상품거래소(COMEX) 구리 선물 가격도 5.1달러로 사상 최고치인 작년 5월의 5.2달러 수준에 근접해 있다.
최근 구리 가격 상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구리 수입으로 인한 국가안보 위협 대처(Addressing the Threat to National Security from Imports of Copper)'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해당 행정명령은 구리를 국가 안보, 경제력, 산업 회복력 등에 필수적인 광물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실제로 인공지능(AI) 기술 우위 확보를 위한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구리는 승패를 가를 수 있는 핵심 광물로 꼽힌다. AI 데이터 센터와 관련한 전력 공급,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구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 행정명령 발표 이후 시장은 본격적 관세 부과에 앞서 구리 사들이기에 혈안이 돼 있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연말까지 구리에 최대 25%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요 증가가 재고 감소로 이어져 가격이 다시 오르는 패턴이 반복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까지 경기 부양책을 들고 나와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국내 KODEX 구리선물(H)은 연초 대비 22.5% 올랐다. 구리를 활용해 산업용 제품을 생산하는 풍산 주가도 올 들어 25.9% 상승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구리 등 산업금속 투자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며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AI 성장세 등이 산업금속 섹터의 장기 수요 낙관론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타이트한 광산 공급 여건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올해 양회에서 제시된 중국 내수 부양책도 위안화 가치와 산업 금속, 특히 구리 가격의 강세 전망을 지지하는 또 다른 원동력"이라며 "유럽 역시 재정지출 확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