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달러 하락 시 90억 달러 개선
경상수지 흑자…무통관수출 등 영향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6일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 및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 흑자기조를 유지하던 무역수지는 올해 들어 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따라 적자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가 10달러(연간 평균) 하락 시 무역수지는 직접적으로 연간 90억 달러 내외의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은은 “최근의 무역적자는 非자원국의 공통적 현상이며 올해 적자규모가 과거 원자재가격 상승기보다 큰 상황이다”면서도 “다만 원자재가격이 안정될 경우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무역흑자에 크게 기여했던 휴대폰·디스프레이·선박·자동차 수출이 상당 기간 둔화 흐름을 지속하면서 과거 고유가 시기(11~13년)와 달리 에너지·광물부문에서의 적자를 충분히 보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수지 적자의 경기적 요인을 살펴보면,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대부분 수입단가 상승에 기인하며 중국 경기부진 등에 따른 수출물량 둔화도 일부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8월중 무역수지는 전년 동기 대비 454억 달러 감소했는데, 이중 단가요인으로 472억 달러 줄고 물량요인으로는 18억 달러 개선됐다.
품목‧지역별로 보면 에너지‧석유제품의 단가요인(-33억 달러)이 올해 무역수지 감소폭(-454억 달러)의 78%에 해당하며, 지역별로는 對OPEC은 단가요인으로, 對중국은 물량요인(수출 둔화, 수입 확대)으로 악화됐다.
구조적 요인으로는 일부 주력품목의 수출둔화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거 무역흑자에 크게 기여했던 휴대폰·디스프레이·선박·자동차 수출이 상당 기간 둔화 흐름을 지속하면서 과거 고유가시기(11∼13년)와 달리 에너지·광물부문에서의 적자를 충분히 보완하지 못했다. 휴대폰·디스플레이가 해외생산,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자동차도 해외시장 점유율 하락 등으로 정체가 된 것이다.
다만 반도체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는 2010년대 중반 이후 크게 확대됐다.
자동차·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품목의 해외생산 확대도 무역수지의 지속적인 약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조업 해외생산(매출 기준)은 2010년 2150억 달러에서 2019년 3680억 달러로 1.7배 증가했고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생산 비중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약화됐지만 가공·중계무역이 증가하고 해외투자에서 이자·배당소득이 발생하면서 경상수지에서는 영향이 일부 상쇄됐다.
IT·기계장비·전기장비 등 중간재 수입비중 확대도 무역수지 적자 배경으로 지목됐다. 글로벌 가치사슬(GVC) 참여 확대로 생산구조상 중간재 수입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출 확대 시 순수출 증대효과가 축소됐다.
또 IT부문의 생산·투자 확대로 반도체 제조장비, 이차전지 관련 수입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석유류 제외 총수입이 자본재를 중심으로 장기 추세를 크게 상회했다.
한은은 “당분간 무역수지는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둔화 및 수입 증가에 따라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무역적자 지속에도 불구하고 무통관수출 증가, 본원소득수지 흑자 등으로 경상수지가 연간으로는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당분간 월별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여건 개선 및 혁신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내 기반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