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1387원 연고점 경신…13년 5개월 만
추경호 “외환보유고 충분…시장쏠림 예의주시”
한은 “원화약세 경제 펀더멘털 비해 빨라”
전문가 “시장 안정 재료 부족…상단 1400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87원을 돌파하며 하루 만에 또 연고점을 경신했다. 시장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로 인해 패닉에 빠졌고,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화 강세 상황이 2000년대 초반 미국 닷컴 버블 붕괴 때와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상단을 1400원대로 전망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2.5원 오른 1384.2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거래일 보다 5.3원 오른 1377원에 시작한 후 오전 9시 52분 기준 1385.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1일(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 6월 23일 1300원을 돌파한 뒤 지난달 23일까지 두 달 만에 40원 올랐다.
환율 상승 배경에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으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유럽 에너지 위기,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주요국 통화가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원화가치도 덩달아 약세 압력을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밤 사이 발표된 미국의 서비스지표가 호조를 보인 점도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전망에 힘을 보탰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도 미국 경기가 위축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29% 오른 110.523을 기록하며 하루 만에 다시 110선으로 올라섰다.
특히 이번 주 파월 의장을 비롯해 여러 연준 위원들의 연설이 예정돼 있는데, 연준 위원들은 고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이달에도 가파른 금리 인상이 필요함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강달러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환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요인이 미미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의 마땅한 재료가 없다며 상단을 1400원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말한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인상 지속 발언으로 예상보다 미국 채권금리 상승 및 달러 강세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과거와 달리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출개선 효과는 미미한 가운데 원자재 수입 증가 등으로 무역적자가 크게 확대되는 등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 달러화 강세 및 글로벌 경기침체 논란 등으로 향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율이 1380원을 크게 웃돌자 오후 들어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성 발언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이렇게 환율이 오르고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것은 경제와 금융시장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의 쏠림 현상에 관해서는 당국이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적절한 조치, 시장 안정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외환보유고와 관련해서는 “국제금융기구(IMF)가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외환시장 변동성이나 충격을 흡수할 만큼 충분하다는 공식적인 판단도 내리고 있다”며 “국제신용평가사도 외환건전성의 구제에 관해서는 큰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도 이날 오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긴급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 부총재는 회의에서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며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