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1395.5원까지 '터치'
FOMC 앞두고 상승 압박↑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여 만에 1390원을 돌파하며 1400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3원 오른 1390.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9.4원 급등한 1393원에 장을 출발했다. 개장하자마자 1390원을 돌파한 환율은 상승폭을 확대하며 장중 한 때 1395.5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395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 (장중 고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1394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1389원까지 저점을 낮추며 1390원대로 하락했다.
이날 달러 초강세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지수(CPI)가 예상치를 상회한데 따른 충격의 여파다. 8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올랐는데,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8.0%)보다 높은 것이다. 특히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6.3%로 전월(5.9%)보다 확대되면서, 인플레이션 정점 기대가 무산됐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이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100bp 올리는 ‘울트라스텝’까지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시장은 FOMC까지 달러 초강세가 이어지며 환율 상단을 1400원 이상 열어놔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말 1450원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국내에서도 ‘킹달러’를 막을 요인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우리경제의 경상수지가 악화되며 원화 가치 하락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염려다. 7월 경상수지에서는 상품수지가 10년만에 적자를 기록하며 흑자폭이 대폭 축소됐다. 8월 무역수지가 월간 기준 최대 적자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8월 전체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다.
외환당국으로서는 달러 매도를 통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이 불가피하다. 다만 환율이 꺾일줄 모르면서 외환보유액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전월 대비 21억8000만달러 줄어든 436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7월 말 기준(4386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으나, 환율 방어로 지난해 12월말(4631억2000만 달러) 이후 7개월 간 266억9000만 달러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