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두 배 넘게 급증
회사채 금리 상승 충격파
국내 카드사들이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려 온 돈이 최근 1년 새 두 배 넘게 불어나면서 3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시장을 노크하기가 부담스러워지자 다른 자금줄 확보를 위해 외부 차입을 늘린 모습이다.
이런 와중 관련 이자 역시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사를 압박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런 악영향이 고객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등 8개 카드사가 떠안고 있는 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9조1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7%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15조1613억원 증가했다.
차입금이 확대된다는 건 회사의 경영 과정에서 외부 수혈 자금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차입금은 기업이 운영 자금이나 투자금을 조달하고자 외부 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뜻한다. 개인이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처럼, 기업도 일정 기한이 지나면 차입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카드사별로 보면 우선 신한카드의 차입금이 8조143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4.3%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롯데카드 역시 5조2596억원으로, 국민카드도 4조4790억원으로 각각 99.1%와 78.2%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이밖에 카드사들의 차입금은 ▲삼성카드 3조3300억원 ▲현대카드 3조2812억원 ▲우리카드 2조9258억원 ▲하나카드 1조3291억원 ▲비씨카드 3574억원 순이었다.
카드업계의 차입금이 확대되고 있는 배경으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회사채 시장의 여건이 꼽힌다. 미국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란 신호에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자, 발행 비용 측면에서 외부 금융기관 차입의 매력이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특히 카드사의 핵심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 금리는 12년 만에 연 5%를 넘어선 실정이다. 실제로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연 5.047%를 나타냈다. 2010년 3월 2일(5.11%) 이후 1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초 2.462%와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뛰었다.
문제는 금리 상승 곡선이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역대 최초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직후 0%대까지 떨어졌던 한은 기준금리는 단숨에 2.50%까지 올라섰다.
이렇게 되면 카드업계의 차입금 이자 압박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채권만큼이나 금리가 오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외화 차입금이 복병이 될 전망이다. 파이가 크지는 않지만 카드사에서는 이미 10%가 넘는 금리의 외화 차입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고객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금융사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수록 소비자에 대출 이자율이 올라가는 구조여서다. 또 카드사가 위험 관리를 위해 고신용자 대출에 더 집중하면서 카드론 등 서민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불어나는 차입금 이자는 향후 금융사의 수익성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소비자 비용까지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