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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 좋기는 한데, 왠지 모를 찜찜함 [황보준엽의 후비기]


입력 2022.09.21 07:02 수정 2022.09.23 08:23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서울 아파트 거래량 7월 642건, 8월 562건 매달 '최저치' 갱신

유례없는 거래 절벽에 공인중개업소 폐업·휴업이 개업 앞질러

서울 아파트값이 16주 연속 하락했고, 9년 9개월만에 최대낙폭을 기록했다. ⓒ뉴시스

한때는 어떤 규제를 퍼부어도 꿈쩍 않는 서울 집값을 보고 불패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땐 감히 서민들은 살수 없는 곳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에 부동산 시장은 뒤바꼈다. 서울 아파트값은 16주 연속 하락했고, 9년 9개월만에 최대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남마저도 수억원씩 뚝뚝 떨어져 나갔다.


역시 '존버는 승리한다'는 말은 틀리질 않았다. 그동안 안 산 것이 아니라 못 산 것이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이 추세라면 나도 혹시 자가를 가지게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생겨났다. 조금만 더 힘을 내 주기를. 그렇게 마음속으로 소망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 상황에서 무주택자가 무조건적인 승리자는 아닌 듯 하다. 가격은 떨어졌다지만 그동안 오른 것에 비하면 체감할 정도로 내렸다고 보긴 힘들다.


거기다 지금 집을 살 수 있게 된다 해도 은행으로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이들은 몇이나 될까.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대로 연말에는 7%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과 소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집값이 조금 내렸다고 비싼 이자를 내가면서 돈을 빌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집값이 내려도 못 사는 무주택자들이 안타깝지만, 매도자들도 안타깝기로는 마찬가지다. 책임은 본인이 지는 거라지만 이자가 부담돼 집을 내놨는데, 팔리질 않는다. 매도 가격도 예전 같지 않다. 거래가 안되니 집값이 더 내려가는 것을 꼼짝없이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잔금 마련이 안돼 새 아파트로 입주하지 못하거나 이사를 못하는 가구도 늘어나고 있다.


현장에선 곡소리가 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계약일 기준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7월 642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소를 기록한 데 이어 8월에도 현재까지 신고된 건수는 562건에 그쳤다.


문 닫는 공인중개사사무소는 게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올 하반기 서울에선 개업한 공인중개소보다 폐업·휴업에 들어간 공인중개소 수가 더 많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6~7월 공인중개소 개업과 폐업 숫자를 집계한 결과 서울에서는 555곳이 개업했으나 559곳이 폐업했고, 28곳이 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사와 리모델링 업체도 비슷한 상황일 터다.


물론 집값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래 활성화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거래절벽에 따른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시장의 정상화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외쳤던 말이기도 하다. 더 이상 불필요하게 시간을 소요해가며 과거에 묶여 해야 할 일도 하지 않아선 안 된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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