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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출범' 국가교육위, 정쟁의 장?…진영 대변 학자들, 비전문가들만 난무


입력 2022.09.23 04:30 수정 2022.09.23 06:58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 정부·정파 초월 국가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9월 27일 지각 출범

박근혜 후보 선덕여왕 빗대고 명성황후 '민비'로 격하, 이배용 위원장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중형 선고 재판부 비판, 정대화 상임위원

교육 전문성 부족한 인사들 대거 포진…정원 31명·예산 88억원, 조직도 지나치게 왜소

지난 2015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업무보고 하고 있다.ⓒ뉴시스

정부와 정파를 초월해 국가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려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오는 27일 '지각 출범'을 한다. 하지만 정치색과 정파성이 뚜렷한 위원들로 구성되면서 정쟁과 이념논쟁의 연장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위원회 규모나 예산이 너무 적어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서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22일 국가교육위원회의 대다수 위원 구성이 마무리돼 27일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교위는 위원장 1명(장관급)과 상임위원 2명(차관급)을 포함해 총 21명으로 구성된다. 교원관련단체 추천몫인 2명을 제외한 19명의 인선이 완료됐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과 함께 7월 21일 출범해야 했지만, 인선이 지연돼 출범도 늦어졌다.


국교위는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정권에 따라 뒤집히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와 정파를 초월해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기구다.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과 학제·교원정책·대학입학정책 등 중장기 교육제도 개선 사항을 담은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의 고시,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이 위원회의 핵심 기능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발표한 위원 명단을 보면 정파성이나 정치색이 뚜렷한 위원들이 포함돼 있다.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인 위원장으로 지명된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은 역사학자로서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한국여성연구원 원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의장 등을 지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과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장을 맡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 한국사 국정교과서 편찬에 참여했는데,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있으면서 교과서 국정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비판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18대 대선 때인 2012년 12월 당시 박근혜 후보 찬조 연설에서 박 후보를 선덕여왕에 빗대 발언한 것도 논란이 됐다.


2013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임명됐을 때는 저서 '한국 역사 속의 여성들'에서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격하하는 표현을 쓰고,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들에 대해 친일 행적을 숨긴 채 기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이 전 총장 임명 시 "위원회 설립 취지인 사회적 합의,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해 22일 브리핑에서 오석환 교육부 국교위설립준비단장(기획조정실장)은 "대학 총장, 한국교육협의회 회장 등 다수 기관단체 대표직 역임하는 과정에서 리더십 교육분야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실도 이 부분을 고려해서 지명하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3월1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97주년 3·1절 기념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왼쪽)과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국회가 추천한 나머지 2명의 상임위원인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와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역시 정파성이 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국민의힘 몫으로 추천된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지냈고 2015년 재·보궐 선거 땐 인천 서구·강화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공천 신청을 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몫으로 추천된 정 이사장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실행위원·총선시민연대 대변인 등 재야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있고, 2007년엔 시민사회계 대표로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해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중형을 내린 재판부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위원 구성에서 교육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금융 전문가인 김태준 교수, 대통령이 추천·지명한 강혜련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과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 원장, 국회의장이 추천한 이승재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 등은 교육 비전문가로 분류된다.


이와 함께 주요 교육정책을 다뤄야 함에도 정원 31명에 불과한 왜소한 조직으로 출발하는 점도 논란이다. 국교위 정원으로 확정된 31명은 행정위원회인 방송통신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 정원이 200명이 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150명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국교위 예산은 88억원으로,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계한 152억원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국교위가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법이 제정됐지만, 자문 기구 정도의 위상이나 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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