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솔로 정규 앨범 ‘에러’(ERROR) 발매
" 나답게, 솔직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그게 내가 생각하는 욕심"
악뮤를 잠시 내려놓고 솔로 앨범 ‘에러’(ERROR)을 발매한다는 보도자료에 궁금한 내용이 있었다. “‘에러’는 내 초심을 찾는 여정이자, 내 20대 후반 삶의 방향성을 담은 앨범이 될 것”이라는 이찬혁의 말이다.
어떤 사고(事故)로부터 시작해 이찬혁이 과거에 대해 후회하고, 자신의 곡과 인생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고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는 일련의 스토리를 담은 앨범에서 ‘삶의 방향성’을 어떻게 찾았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17일 오전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열린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 전곡 청음회를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궁금증은 풀렸다. 이찬혁의 방향성은 ‘독보적’인 자리에 대한 욕심이었고, 달라지고 있는 자신을 묶고 있는 족쇄를 푸는 것이었다.
이날 ‘에러’ 앨범에 담긴 11개 곡은 짧게나마 공개됐다. 11개 곡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어떤 사고가 일어난 ‘목격담’을 시작으로 ‘사이렌’(Siren) ‘파노라마’ ‘타임! 스톱!(Time! Stop!) ’당장 널 만나러 가지 않으면‘ ’마지막 인사 (Feat. 청하)‘ ’뭐가‘ ’부재중 전화‘ ’내 꿈의 성‘ ’A DAY‘ ’장례희망‘까지 각 트랙들은 유기적으로 이어졌다.
타이틀곡은 ‘파노라마’였지만, 앞선 궁금증을 풀 곡은 9번 트랙 ‘내 꿈의 성’이었다.
이찬혁은 “제가 10년 동안 음악을 하고 대중 앞에 서면서 입버릇처럼 ‘겸손 하겠습니다’ ‘초심을 항상 생각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는데 억지로 제가 그걸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오늘 죽는다면 그걸 후회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죽어도 성을 만들고 죽고 싶은데. 그런 생각으로 9번 트랙을 만들었다. 산꼭대기를 점령하겠다는 게 아니라 나답게, 솔직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그게 내가 생각하는 욕심이다”고 말했다. ‘나답게’ ‘솔직하게’ 산다는 것이 어려운 세상, ‘독보적’이지 않으면 바라볼 수 없는 욕심이다.
이찬혁은 또 “계속 겸손하고 잘 보이겠다는 말로 내 삶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다면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겠다. 그런 활동들을 당분간 할 거 같다. 과감하진 않을 거다. 조금씩 틀을 깨면서 저만의 성을 만들고 그 성 안에서 파티를 열고 사람들이 놀러 오고 그것을 즐기는 삶을 꿈꾸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런 욕심과 방향성은 악뮤를 잠시 벗어나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 예상했던 솔로 앨범 발매를 결정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타이틀곡 ‘파노라마’가 설명을 해준다. 이찬혁은 이 곡에 대해 “‘내가 이렇게 죽으면 안 되는데’ ‘지금까지의 생각들이 틀렸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중요한 트랙이다. 이전의 이찬혁을 부정하는, ‘정말 솔직한 나는 아니었구나’ 괴로워하는 트랙”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이찬혁은 ‘모순’을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불러온 노래, 악뮤로서 이야기한 내용들 속에서 모순을 발견했고, 이는 앞서 말했듯이 스스로 만들어낸 이미지와 그 이미지에 의해 움직이는 자신이었다.
물론 조금씩 깨고 있었고 그래서 ‘청개구리’ 소리를 들었다. 어쿠스틱듀오라는 칭호를 받을 때 댄스를 하고 싶었고, YG에 들어올 때 일렉트로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두가 웃었다. 자기 방식대로 다양한 음악을 했지만, 악뮤의 틀은 의의로 컸다. 특히 동생 수현이와 함께 할수록 앞서 자신이 발견한 모순은 계속 생겨날 것 같았다. 더욱이 자신이 추구하는 캐릭터와 수현이의 캐릭터가 서로 확고해지면서 중간지점을 찾기 어려웠다. 이찬혁의 솔로앨범은 그 중간지점을 찾는 대신 모순을 인정하고, 틀을 깨고 자신의 음악을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첫 솔로 정규앨범의 주제를 ‘죽음’으로 정할 때, ‘악뮤의 이찬혁’과 ‘솔로가수 이찬혁’의 말과 고민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이찬혁은 “악뮤로 활동하면서 즐거웠고 옳다고 생각하는 걸 말해 왔다. 이찬혁의 앨범을 만들 때 오류가 있는 거 같았다. 악뮤의 이전 앨범에서 자유와 사랑에 대해 말했는데 내가 당장 죽게 된다면 난 여전히 그것을 나의 최대 가치로 생각할 것인 가를 고민했고 거기서 오는 모순적인 생각이 있더라. 이 앨범으로 그 간극을 줄여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찬혁이 부여하는 의미와 말은 무겁고 진지했지만, 앨범은 전반적으로 담담하면서 다양한 색을 전달했다. EDM, 레트로, 발라드, 가스펠 등 다채로운 장르로 수록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레트로 풍의 느낌이 강하다. 특히 4번 트랙 ‘타임! 스톱!’이 레트로 댄스풍으로 귀를 잡은 후, 5번 트랙부터 8번 트랙까지는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노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감정을 더 강하게 느낄 것이다. 물론 1번 트랙부터 3번 트랙까지, 그리고 9번 트랙부터 11번 트랙까지는 이찬혁의 색다른 음색과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따로 들어도 나름의 분위기를 선사하는 이찬혁의 첫 솔로 앨범 ‘에러’는 17일 오후 6시 공개된다. 분명한 것은 한번쯤은 가사를 보며 1번 트랙부터 11번 트랙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수 이찬혁의 반성과 방향이 아닌, 노래를 듣는 이도 자신의 삶을 한번은 되짚을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