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EU EEI 기준 강화
최대 시장인 유럽서 8K TV 판매 중단 위기
8K 점유율 70% 차지하는 국내 기업 직격탄
8K TV 시대의 종말 가능성도
유럽연합(EU)이 내년 상반기부터 TV에 적용하는 에너지효율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주도하는 8K TV 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가뜩이나 하반기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기업들에게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는 2023년 3월 1일자로 27개 회원국에서 TV 전력 소비 규제를 강화한다. 특히 4K TV에 적용하던 기존 에너지효율 기준을 8K TV와 마이크로LED TV에도 도입한다. EU 에너지효율지수(EEI) 0.9 이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제품 판매가 금지되는 조치다.
EEI는 스크린 면적과 전력 소비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지수다. 문제는 4K TV보다 4배 더 선명한 해상도를 자랑하는 8K TV 기본 전력 소비량이 해당 기준치를 한참 웃돈다는 점이다. 8K(7680x4320) TV는 패널의 화소 수가 4K(UHD) TV 패널의 4배이기에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 및 LG전자 등 국내 TV 제조사들이 출시한 8K TV 전 제품이 해당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LG가 생산하는 초대형 8K TV의 EEI는 3에 가까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내년 3월 이후부터 국내산 8K TV 유럽 판로가 막힐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TV 시장은 전반적인 침체기에 들어섰다. 이에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 TV 제품 및 QD-OLED TV 등으로 LG전자는 OLED TV 등의 프리미엄 제품군에 주력하고 있지만, 장비 수급이나 생산 수율(전체 생산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등의 문제로 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꿈의 화질'을 표방하는 8K TV 판로까지 막히며 전자업계는 더욱 난감해졌다.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8K 사양을 유지한채 4K 수준의 전력소비 기준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디지털트렌즈는 "8K TV가 기준을 통과하려면 EEI를 반으로 줄여야 한다"며 "규제 개정안 발효 전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EU에서 팔 수 있는 8K TV는 한 대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EU의 규제는 우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앙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당장 해당 기준점이 완화되지 않으면 전력 소비가 큰 8K TV와 마이크로LED TV 등 전 세계 시장을 7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 그 영향을 맞게 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8K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63.1%, LG전자 5.5%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연간 판매하는 8K TV는 30만대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프리미엄 제품군의 가장 큰 판로가 유럽과 북미다. 이처럼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제품 판매가 중단된다면 사실상 8K TV 시대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8K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1% 가량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8K 생태계 확산을 위한 글로벌 협의체 '8K 협회'는 성명을 내고 "EU의 해당 조치는 8K TV 산업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기준 자체가 너무 낮아서 8K TV 중 그 어떤 제품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철회를 촉구했다. 8K협회는 삼성전자와 파나소닉, 하이센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같은 EU 조치에 아직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는 정부 및 협회 등과 함께 내년 3월 규제 시행 전까지 EEI 측정방식 완화 및 기준 변경, 규제 적용 유예 등을 검토해줄 것을 EU에 요청하고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