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노조, 한 마음으로 상경해 본격 한화 견제
원·하청 노조 함께 도출한 ‘4대 요구안’ 한화 측 전달
일각선 비판도…“노조, 매각 논의에 참여할 명분 없다”
거제조선소 점거농성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대우조선 원·하청 노조가 뭉쳐 본격적으로 한화그룹 견제에 나섰다. 한화로의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앞서 노조와의 교섭부터 나서라는 압박이다. 하지만 본계약 체결 전부터 노조 요구안부터 들이밀며 노조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단 따가운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대우조선해양지회·STX조선지회·SNT중공업지회·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등은 19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금속노조경남지부 결의대회’를 열고 이들이 마련한 ‘4대 요구안’을 전달했다. 이날 거제도에서 상경한 원·하청 노조 약 30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으로의 인수합병(M&A) 추진 때와 때와 마찬가지로 주요 이해 당사자들을 제외하고 매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자신들을 참여시키라고 주장했다.
양동규 부위원장은 “한화로의 매각 계획이 진행됐을 때부터 우리들은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며 “현대중공업로의 매각 당시에도 인수를 저지한 것처럼 우리를 이기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화는 즉각적으로 대화의 장에 나와야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매각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지욱 지부장은 “한화 측에서 입장을 발표했을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발전 방향이나, 470억원의 손해배상소송, 노사 관계 등 여러 비전을 밝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본계약을 앞두고 있으니 상생을 위해 여러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하청 노조는 이날 한화 측에서 나온 관계자 2명에게 자신들이 도출한 ‘4대 요구안’을 전달하는 절차도 진행했다.
요구안에는 ▲고용보장에 관한 사항 ▲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승계에 관한 사항 ▲회사 발전에 관한 사항 ▲지역 발전에 관한 사항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전 구성원 고용 승계, 노동조합·단체협약(취업규칙) 승계, 구성원 처우개선 보장, 인수 후 본부별 회사 분할 금지, 사내 협력사 계약 승계, 지역사회 발전 위한 투자 계획 등이다.
노조는 요구안을 전달하며 한화 측에 “요구안을 형식적으로 보지말고 김승연 회장께 정확하게 보고해 달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많은 손해를 예상해야할 것”이라고 전했으나, 한화 측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기업 간 M&A 과정에서 노조가 관여할 명분이 없는 가운데, 자신들의 요구를 선결 조건으로 내놓는 게 상식에서 벗어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본계약 체결은 물론 실사작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 또한 본 계약 체결 전인만큼 이 요구를 들어줄 명분도, 권한도 없다.
아울러 정부와 산업은행의 ‘골칫덩이’였던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가 인수하는 것 자체가 희소식이자, 유일한 방안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화가 노조리스크를 우려해 매각 자체가 무산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다시 주인 없이 산은관리체제 하에 돌아갈 수 있단 우려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한화 측에선 투자를 유치하는 것뿐이니 노조와의 대화에 나설 일도 없고 당위성도 없다”며 “아직 모든 게 끝난 것도 아니고 초기 단계니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노조가 벌써부터 이렇게 나서는 게 무리수라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