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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파도 밤에 갈 데가 없어요"…소아응급실 열린 곳 36%뿐


입력 2022.10.24 15:48 수정 2022.10.24 15:48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gettyimageBank

"새벽에 아이 몸에 열이 올라 병원에 데려가려고 해도 열린 곳을 찾을 수가 없어요"


영유아들은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고 잔병치레가 많다.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밤 늦은 시간에 급작스러운 응급 상황이 생기면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 더욱 큰 문제는 아이들이 진료를 받을 소아용 응급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24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80개 수련병원(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2차ㆍ3차 의료기관) 가운데 24시간 소아과 전공의가 상주하며 소아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29개(36%)에 불과하다. 전체 3곳 중 2곳 정도다.


서울의 경우 26개 중 9개(34.6%) 병원만 야간이나 공휴일에 소아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병원은 소아 응급 환자가 찾더라도 제때 진료를 하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가능성이 크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4일 밤부터 소아청소년과의 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한다. 중증 외상 등 소아외과 질환을 제외한 만 16세 미만 환자의 진료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변경하면서다.


이대목동병원도 지난달 1일부터 외상 환자를 제외한 소아 환자의 응급 진료를 아예 중단했다. 소아 환자가 응급실을 찾으면 평일 낮에는 외래 진료로 대체하고, 밤이나 공휴일에는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4년째 0명이었다"며 "상주하던 전문의마저 병원을 떠나면서 더 이상은 소아응급실을 운영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필수 진료과의 인력부족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진료과별 전공의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37.3%에 그쳤다. 핵의학과(18.8%) 다음으로 지원율이 낮다.


소아과학회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소아과 전공의 1~2년 차 충원율은 20%를 밑돈다. 수련병원 중 70곳은 올해 신규 전공의 확보에 실패했고, 1~4년 차 통틀어 전공의가 단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이 서울은 12%, 지방은 20%에 달한다. 이 같은 낮은 소아과 전공의 충원율이 인력부족과 소아 응급 진료 중단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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