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12명인 경남 초등학교 교사, 학생들에 지속적 모욕·폭언
"이러고도 학생이냐 농사나 지어라…부모 데려오면 교권 침해"
교장 "사과하고 전근 보낼 것" 경찰 고발…학부모 "당장 교직 떠나라"
경남도교육청, 해당 교사 무기한 직위 해제…최종징계 결정 시까지 교사, 학생들에게 접근 불가
전체 학생 수가 100명도 안 되는 경상남도의 한 시골 초등학교가 교사의 아동학대 혐의로 학생들이 집단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결국 해당 교사를 무기한 직위 해제했다.
26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남의 A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은 지난 21일부터 B 교사의 막말에 항의해 등교하지 않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설립돼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학교는 현재 5학년이 한 학급 뿐이며 학생 수도 모두 12명에 불과하다.
학부모가 제공한 학생들의 진술서를 보면 B 교사는 "부모는 너를 싫어해서 괴물로 키우는 것이다", "너희들 보고 개새끼라고 한 이유는 개가 요즘 사람보다 잘 대접 받고 있기 때문이다", "네가 이러고도 학생이냐, 농사나 지어라", "너희 부모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부모를 데려오면 교권 침해다", "1학년보다 공부 못하는 새끼들", "1학년보고 형님이라고 불러라" 등 막말과 욕설로 아이들을 모욕했다고 한다.
1학년 담임이었던 B 교사의 이런 아동학대는 올해 여름 방학이 지난 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5학년 담임의 경우 자신이 책임지는 반 학생들이 B 교사에 의해 막말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걸 뻔히 보고도 수수방관해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사실을 자녀들로부터 전해 들은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항의했으며 24일 교장과 면담을 하고 B 교사와 5학년 담임의 처분에 대해 논의했다.
학부모 대표에 따르면 교장은 이 자리에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B 교사와 5학년 담임을 2개월 병가 조치한 후 다른 학교로 전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B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교직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B 교사의 행태를 볼 때 다른 학교에 가서도 막말과 아동학대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학생들의 심리치료도 요구했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으며 더 나아가 B 교사를 아동학대로 경찰에 고발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B 교사는 25일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먼저 학부모들에게 "죄송합니다"고 말한 후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으로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깊이 반성한다. 부모를 폄훼하는 말을 했는데 제정신이 아니었다. 더 반성하고 공부해서 다시 아이들 앞에…"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일이 많이 힘들었던 점도 토로하며 아이들에게 사과를 받아줄 수 있는지 물었으나 대부분 아이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애들이 용서해줄 동안 학교를 쉬겠다. 다시 기회를 줄 수 없겠냐"고 거듭 호소했다.
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6년 교직 생활 동안 처음 겪는 일이고 너무 충격적이다. B 교사는 평소 성실하고 자기 반 아이들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교장으로서 책임을 느낀다. 다른 학생들이 이번 일로 2차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대표는 "B 교사는 사과하면서도 교단에 다시 복귀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학부모들은 모두 반대했다"며 "B 교사와 아이들을 같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들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학생들은 심리치료에 들어갔으며 등교 여부는 이후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경남도교육청은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이 이날 폭언 교사를 무기한 직위 해제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사안이 중대하고 학생과 교사의 분리 조처가 필요해 신속히 해제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최종 징계가 결정될 때까지 해당 교사는 피해 학생에게 접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