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안전·무해 표기는 위법, 과징금 1억1000만원
헌재 위헌 이후 재조사,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 고발
공정거래위원회가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과장해 광고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대해 부당 광고행위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관련된 애경산업과 SK케미칼·SK디스커버리 등 3개 사에 CMIT·MIT 성분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거짓·과장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공표명령·광고삭제 요청명령 포함)과 함께 과징금을 애경과 SK케미칼에 각각 7500만원·3500만원 등 총 1억1000만원을 잠정 부과했다.
또한 애경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1명, SK케미칼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SK케미칼은 2017년 12월 에스케이디스커버리 주식회사(존속회사)와 에스케이케미칼 주식회사(신설회사)로 각각 분할한 바 있다.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확인 결정에 따라 사건을 재조사해 ‘제품의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실증·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독성 물질을 함유한 제품에 대해 안전·무해하다고 광고한 행위’에 대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제재를 가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6년에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인터넷 신문기사 3건은 처분시효 도과 등의 이유로 심사대상에서 제외했는데, 헌법재판소는 공정위가 이를 심사대상에서 제외한 행위는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해 위헌으로 지난 9월 최종 결정을 내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상호 협의 하에 CMIT·MIT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개발하고 각자의 상표를 제품명에 반영해 2002년 10월 솔잎향과 2005년 9월 라벤더향 제품을 각각 출시했다. 제품명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 중 ‘홈크닉’은 애경,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이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애경과 SK케미칼은 2002년 10월경부터 이 제품을 애경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2002년 10월과 2005년 10월 신제품이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온 가족의 건강을 돕는다’ 등으로 안전과 건강을 강조한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일부 인터넷신문 기사를 통해 광고돼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다.
이후 2011년 8월 31일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 출시 및 사용 자제’ 권고를 발표했고,이에 따라 판매중단과 같은 해 9월 4일경부터 제품 수거를 진행했지만 전국의 소매점에 장기간 제품이 남아있어 판매 가능한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 2017년에도 소매점에 제품이 진열돼 수거된 바 있고, 같은 해 10월에도 제품이 구매된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 제품이 인체 무해성·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실증된 자료가 없고 오히려 인체 위해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경과 SK케미칼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한 제품인 것처럼 광고한 행위는 객관적·합리적 근거 없이 사실과 다르게 광고한 것으로 거짓·과장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업자에 있다.
표시광고법상 거짓·과장 광고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광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등의 거짓‧과장성이 있어야 하며, 이로 인해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 및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을 방해해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
이미 이 제품의 주성분인 CMIT·MIT는 미국 환경청(EPA)에 등록된 살충제·농약 심사자료(1998년)와 유럽연합의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EU SCCS) 자료(2009년)에 따르면, 급성독성이 상당히 높으며 특히 피부 및 안구 자극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진 바 있다.
또한 2019년 12월 발간된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노출재현실험 보고서’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CMIT·MIT 함량 정보를 고려한 제품 위해도 평가 결과, 인체 위해도가 1 이상(사전 4.2~14.1, 사후 5.3~140.0)으로 제품의 하자 및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평가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제품의 위해 가능성 또는 안전성 등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 사업자가 제시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광고한 내용을 신뢰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소비자의 오인이나 구매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