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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이재용] 절박한 삼성…비장한 대관식


입력 2022.10.27 11:21 수정 2022.10.27 11:2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글로벌 반도체 전쟁, 업황 하락 속 신속한 전략적 판단 필요

불확실성 대응, 미래사업 추진 등 의사결정 컨트롤타워 역할 막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 부당합병 혐의' 공판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국내 최대 기업이자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이 큰 삼성의 총수가 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마땅히 환호와 축하 속에서 대관식이 치러질 일이지만 삼성의 분위기는, 그리고 당사자의 심정은 비장하다. 심지어 취임식마저 생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7일 삼성전자 이사회 의결을 통해 회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무려 10년 만이다.


그동안 이재용 회장 취임 시점으로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내달 1일부터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왔었다. 결과적으로 예상 시나리오 중 가장 이른 시점에 취임이 이뤄진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다. 이날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 악화 속에서 책임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는 판단 하에 이 회장의 취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매출은 76조7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3분기 기준 최대 매출이지만 영업이익은 31.4%나 폭락했다.


주력인 반도체 업황이 꺾인 게 타격이 컸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IT기기 서버용 수요 둔화로 재고는 쌓이고 가격은 폭락하고 있다. 3분기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5조1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49% 하락) 났다.


이미 인텔과 TSMC,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줄이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터라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 역시 예견된 것이었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비관적이다. 경기 불황의 여파는 4분기를 거쳐 내년으로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고 반도체 수요와 가격의 낙폭도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잇달아 나온다.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전쟁 역시 삼성전자 앞에 놓인 변곡점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칩4(미국·한국·대만·일본)’ 동맹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거대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전략적 판단에 따라 삼성전자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에서 나아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까지 장악해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동반해야 가능한 일이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것인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공격적 투자에 매진할 것인지의 사이에서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일도 중요하다.


모두 새 직함을 단 이재용 회장 앞에 놓인 과제들이며, 그가 이 시점에 회장의 자리에 올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사장단 간담회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면서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는데, 절박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이 회장은 별도의 행사나 취임사 발표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의례적 행사로 취임을 알리는 것보다 당장 위기 돌파를 위한 발걸음을 한 발이라도 더 서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유감스럽게도 이 회장의 험난한 여정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직 남아있다. 그는 이사회에서 자신의 회장 승진이 결정되는 시간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발이 묶여 있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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