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소방당국 “이태원 참사 당일 119 첫 신고 밤 10시15분 전에 있었다”


입력 2022.11.06 18:13 수정 2022.11.06 18:13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천준호 의원 ‘119 신고자 통화 녹취록’ 공개

소방당국, 해당 신고 내용을 ‘끊김’으로 종결 처리

소방청 “자세한 부분은 수사 과정서 밝혀질 것”

첫 119신고 접수부터 행안부 전파 30분 소요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의료진들이 부상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당일 소방청은 참사 발생 첫 신고부터 1단계 발령까지 30분이 걸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소방청은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 오후 10시 12분에 119 신고를 최초 접수했다. 그동안 소방청이 최초 119 신고를 접수한 시간이 오후 10시 15분이라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이보다 앞서 3분 전인 관련 신고가 존재했다는 뜻이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10시 15분 전에 이태원 쪽에서 119에 신고된 것이 17건 정도 나왔는데 사고 현장에서 신고된 것은 1건이고 나머지 신고 건은 그쪽 현장과는 상관없는 인근 주변의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공개한 ‘119 신고자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오후 10시 12분 이태원 제1동에서 신고가 접수됐는데, 신고자는 심한 주변의 소음 속에서 “이태원…죠. 숨이…막혀가지고…○○아”라고 말했다.


접수자가 “여보세요”라고 수차례 대화를 시도했으나 신고자는 “○○아 일로”, “…떨어뜨렸어…여보세요” 등의 말을 했다.


접수자가 “전화가 잘 안 들린다”고 하자, 신고자는 “아…네”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고, 당국은 해당 신고 내용을 ‘끊김’으로 종결 처리했다.


이일 국장은 “내부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선 신고 접수자가 (위험여부 등을) 인지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닌 거라고 판단하는데 자세한 부분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녹취록에 나와있듯이 신고자와의 대화 내용만으로는 사고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이 국장의 설명이다.


오후 10시 15분 119 신고에선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압사당하게 생겼다’, ‘부상자가 길거리에 널렸다’ 등 보다 구체적인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같은 119 신고를 접수한 서울종합방재센터는 2분 뒤인 오후 10시 17분 현장에서 2㎞ 떨어진 용산소방서에 출동 지령을 내리고 구조대를 보냈지만 현장 진입이 쉽지 않았다.


서울종합방재센터는 오후 10시 18분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에 공동대응을 요청했으며, 오후 10시 28분에는 서울시 재난통합상황실, 오후 10시 29분에는 용산구 상황실에 각각 유선으로 사고 발생 사실을 통보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10시 43분 대응 1단계, 오후 11시 13분 대응 2단계, 오후 11시 50분 3단계로 대응 수준을 높였다. 소방 1단계는 관할 소방서가 출동하고 2단계는 인접 소방서까지 여러 소방서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며 3단계는 초대형 재난에 발령되는 최고 수위다.


그 사이 오후 10시 46분엔 소방청 119 상황실에 신고 내용이 전파됐고, 이어 오후 10시 48분엔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보고됐다. 최초 신고 접수 시간으로부터 대응 1단계 발령, 곧이어 119 상황실을 거쳐 행안부에 전파되기까지 30분 정도가 소요됐다는 얘기다.


소방청은 사건 경중에 따라 행안부 상황실에 보고한다고 설명하는데 사고 상황을 파악해 보고하는데 시간이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일 국장은 “119에 들어오는 모든 신고가 행안부에 통보되지는 않는다. 특히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지한 신고조차도 모두 다 행안부에 통보되지는 않는다”며 “사건이 크다든가, 이런 경중도를 가려서 하고 있다. 1년에 약 1200만건의 119 신고가 접수되는 만큼, 일일이 유관 부서에 통보를 다 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소방청 상황실은 오후 10시 53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도 사고 내용을 보고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오후 10시 18분 서울경찰청에 인력과 차량 통제가 필요하다며 지원 요청을 한 것을 시작으로 소방당국은 참사 당일 15차례에 걸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재난 대응 주무 부처인 행안부의 책임도 쟁점이 되고 있다.


소방청으로부터 상황을 접수한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상황담당관은 오후 10시 57분 행안부 일부 직원에게 1단계 긴급문자를 발송했고, 소방대응 2단계 보고를 받은 뒤 오후 11시 19분에는 2단계 긴급문자를 발송했다. 2단계 문자의 수신 대상에 장관 비서진이 포함돼 있어 이상민 장관은 오후 11시 20분에야 비서관을 통해 사고를 인지했다.


이 장관이 사건 발생을 인지한 시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건을 보고받은 오후 11시 1분보다 19분 늦다.


이 장관이 오후 11시 20분 보고를 받기 전의 행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확인해서 추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수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