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에 전달되길"...손편지와 1000만원 기부한 얼굴 없는 천사

ⓒ연합뉴스·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경남 지역에서 익명으로 거액의 성금을 지속적으로 기탁해 온 얼굴 없는 기부천사가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았다.

7일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한 익명의 기부자가 창원시 성산구 공동모금회 사무국 앞에 비치된 모금함에 현금 1000만원과 손편지를 두고 갔다.

이 기부자는 이날 오전 발신 번호 표시가 제한된 전화로 공동모금회 모금사업팀장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피해자와 유가족이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며 "사무국 모금함에 성금을 놓아두고 간다"고 했다.

모금회 직원은 곧장 모금함을 확인했다. 모금함에는 또박또박 적은 손편지와 함께 5만 원권으로 현금 10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기부자는 손편지에 "이태원 압사 참사로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어떤 말도 위로의 말이 될 수 없기에 그냥 같이 슬퍼하고, 같이 울겠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약소하지만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유가족분들께 전달되길 바란다. 2022년 11월 어느 날"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이 기부자는 동일한 용지와 필체의 손편지와 함께 2017년부터 익명으로 공동모금회에 성금을 보내주고 있다.

경남모금회 사무실의 모금함은 오전 8시 30분쯤 사무실 밖에 내걸고 직원들이 퇴근할 때 수거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기부금은 이날 오전 8시 30분~9시 사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모금회 직원들은 기부하는 방식이나 동일한 용지, 필체 등으로 미뤄보아 기부자가 2017년부터 여러 차례 고액 기부를 한 익명 기부자로 판단했다.

이 얼굴 없는 기부천사는 매년 연말 진행되는 공동모금회의 나눔캠페인을 비롯해 2019년 진주시 아파트 화재 사고 피해자 지원 성금, 2020년 코로나19 및 호우피해 지원 성금, 2022년 산불 및 우크라이나 전쟁피해 지원 성금을 익명으로 기부한 바 있다.

지난 6년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한 누적 성금은 4억9900만 원이다.

경남모금회는 익명 기부자 뜻에 따라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에 성금을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