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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금융을 묻다⑦]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위원 "미래 충격 견딜 수 있어야"


입력 2022.12.13 06:00 수정 2022.12.13 10:58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집값 가격 하락 우려 확산

노후 위한 자산설계 우선

가치평가 패러다임 전환

장수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다. 마냥 오래 살라는 말은 언젠가부터 악담이다. 그 자리는 가난한 노후를 둘러싼 불안이 차지했다. 직장 생활보다 더 길어진 퇴직 후의 여생은 공포의 대상이다. 그렇다고 평생 일을 붙잡고 살기엔 삶이 불행하다.


비상구는 금융이다. 언젠가부터 은행 창구에 '내 집 마련 적금' 현수막이 붙어 있던 자리는 '은퇴 이후 소득'을 위한 상품에 자리를 내줬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과 은행에서 이를 진두지휘해 온 수장들이 직접 청사진을 꺼내 놨다. 은퇴 금융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이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해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이 11월 25일 서울 강남구 국민은행 GOLD&WISE the FIRST 지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미래의 충격적인 일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부동산 보유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길어지는 생애주기 측면에서 부동산 자산관리에 가장 신경써야 할 포인트로 "부동산에 대한 욕망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지난 10년 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초저금리 ▲과잉 유동성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3법 개정 ▲공급 불안 ▲전세난 등 집값을 끌어올리는 변수들이 넘쳐나면서 초호황을 누렸지만 언젠가는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 위원은 "부동산 시장은 저성장체제로 접어들어 가격이 올라도 과거처럼 크게 오르기 힘든 구조"라며 자산을 부동산에만 올인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세대별로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부(富)는 단박에 불리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모아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얘기다.


박 위원은 "MZ세대들은 금융자산을 분산해 꾸준한 수익 내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그러면서 "일부 투자 성공스토리에 너무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그 머니게임에서 당신이 주인공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이 11월 25일 서울 강남구 국민은행 GOLD&WISE the FIRST 지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40~50대의 자산설계는 슬림하고 심플한 게 좋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좋은 상품을 골라 묻어두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며 투자를 최소화하고 대부분 자금을 저축하는 방법도 추천했다.


박 위원은 "가령 펀드나 주식 투자보다 정기예금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이것저것 투자하지 말고 내가 관리가 가능하고 성장 가능한 영역에서만 집중 투자를 하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영역에서도 단순하게 설계할 것을 권했다. 예를 들어 살던 도심 아파트를 월세 놓고 교외에 작은 집을 전세로 구해 사는 방식이다.


그는 "서울·수도권 같은 곳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불이익으로 2채 이상 보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1주택을 유지하되 소유와 거주의 분리를 통해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방식도 좋은 대안이다"고 설명했다.


은퇴가 현실이 된 50대 후반부터 60대들에겐 "부동산의 가치평가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과수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가치는 단순히 땅과 나무의 시세가 아니라 과수원에서 나오는 소득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도 이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일 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이 11월 25일 서울 강남구 국민은행 GOLD&WISE the FIRST 지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부동산 시장의 장·단기 포인트도 제시했다. 박 위원은 "과감한 손절매를 결심하지 않는 한 시장 여건이 나아질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주 긴 시계열을 보면 부동산 가격은 물가만큼 오른다"며 "최근 원자재를 비롯한 물가 급등은 결국 시차를 두고 실물자산인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침체기에 누적돼 있다가 상승기에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물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악재가 돼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존 부동산 보유자들은 빙하기를 잘 이겨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매수자는 '헐값 사냥꾼' 마인드로 가격 메리트가 생길 때까지 관망하라는 조언이다. 굳이 가격이 싸지도 않은 데 모험적 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박 위원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매수자는 일단 한 박자 쉬어간다는 생각을 하라"고 부연했다.


박 위원은 "노후설계는 자산설계가 먼저고, 그 다음이 행복설계"라며 "받을지 안 받을지 모르는 단 한 번의 행복에 연연하지 말고 여러 번 쪼개서 행복을 받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동산에서 행복은 자주, 쪼개서 받을수록 좋다"며 "부동산의 최종 목적은 우리 삶의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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