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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8K TV 규제 유예·완화 없다"…내년부터 역성장 '타격'


입력 2022.12.14 11:38 수정 2022.12.14 11:41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U, 강화된 에너지효율 규제 내년 3월부터 그대로 적용키로

에너지 소비량 큰 8K TV, 유럽 판매 '제동'…2023년부터 역성장 불가피

전력 소비 저감 장치 등 업계 대응 마련 고심…삼성은 기술 개발 끝내

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로얄가든 호텔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유럽 테크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삼성전자의 2022년형 신제품 Neo QLED 8K를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유럽연합(EU)이 TV에 적용하는 에너지효율(EEI) 기준을 개정없이 내년부터 그대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8K TV를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들의 줄타격이 예상된다. 유럽은 북미와 함께 프리미엄 TV 시장을 견인하는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경쟁적으로 고부가 TV를 출시해온 국내외 제조업체들은 판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플랜B'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은 에너지효율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을 마치고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14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에너지효율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TV 전력 소비 규제를 별다른 수정을 거치지 않고 내년 3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TV 제조업계가 관련 조치 유예 또는 완화를 주장해왔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해당 정책은 4K TV까지만 적용하던 에너지효율 기준을 8K TV와 마이크로LED TV에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에너지효율지수는 스크린 면적과 전력 소비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지수로, 8K·마이크로LED TV는 0.9 이하를 적용 받는다.


EEI 0.9가 되려면 65인치 8K TV의 경우 112W(와트), 75인치 141W, 85인치 169W를 각각 충족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출시한 동급 제품은 이를 크게 상회해 내년 3월부터 원칙적으로 판매가 불가능하다. 8K TV 보다 에너지소비량이 더 많은 마이크로LED TV 역시 같은 제약을 받는다.


출시한 지 5년 밖에 안 된 8K TV의 유럽 판매가 막히게 되면서 주요 제조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나소닉, 구글 등으로 구성된 '8K협회(8K Association)'는 이 같은 EU의 결정에 "비현실적인 조치"라며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소비자들이 최신 기술과 혁신에 접근할 수 없으며 최신 8K 콘텐츠를 볼 수 없다"면서 "규제 당국은 유럽연합이 가전제품 시장에서 타지역에 뒤쳐지고 싶은 것을 보고 싶은가"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8K는 해상도의 표현 방법 중 하나로, K는 킬로(Kilo,1000)를 의미한다. 8K TV는 가로에 약 8000개의 픽셀을 갖춘 TV를 뜻한다. 시장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4K 보다 픽셀이 4배 더 많기 때문에 훨씬 정교하고 생생한 묘사가 가능하다.


4K 뒤를 이을 8K 시장 성장 기대감에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TV 제조업체들은 2017년부터 경쟁적으로 8K TV를 출시하며 해상도 경쟁을 펼쳐왔다. 올 상반기 기준 8K TV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63.1%, LG전자 5.5%로 국내 업체가 과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코로나19로 프리미엄 TV 수요가 대폭 늘어나면서 2020년 8K TV 글로벌 출하량은 수직 증가했다. 2019년 11만9000대였던 8K TV는 1년새 30만대를 기록하며 3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에는 36만6000대를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40만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유럽 시장 브랜드별 8K TV 출하량 추이ⓒDSCC

그러나 펜데믹 기간 동안 가파르게 증가했던 8K TV 시장은 기저효과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며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TV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유럽이 강화된 규제를 확정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8K TV 출하량이 올해 39만7000대로 고점을 기록한 뒤 내년에는 37만4000대 수준으로 떨어지며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 같은 기조는 3년 뒤인 2025년까지도 지속돼 30만대 후반대에서 정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TV 시장의 0.2%에 불과한 8K가 제대로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시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는 전용 콘텐츠 부족 문제도 8K 시장 정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8K 영상 촬영을 위해서는 고가의 촬영장비와 고성능 편집기기, 영상 저장용 대형 서버 증설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 진전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8K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에서 1000만원대의 TV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어필이 되지 않다고도 주장한다.


여기에 유럽을 계기로 북미, 아시아 등에서도 규제 강화를 검토할 경우 8K 성장세는 훨씬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럽이 규제 강화를 강행키로 하면서 8K TV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플랜B' 마련에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전력 소비 저감 장치 탑재가 거론된다. 그러나 개발하는 데 시간이 걸려 규제 시행 기간에 맞추기 어렵다. 휘도(밝기)를 낮추는 방안도 있으나 화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고화질을 자랑하는 8K TV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규제에 발 맞춰 신제품 개발을 완료한 상황으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내년에 출시할 신제품은 새로운 EEI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으로 개발은 끝낸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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