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처럼 송금·결제 가능
'시초' 카뱅미니, 157만명 이용
국내 은행들이 청소년 고객을 잡기 위한 결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가상 계좌에 선불금을 충전해놓고 체크카드처럼 쓰는 청소년용 결제서비스와 모바일뱅킹처럼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도 출시하는 추세다.
은행 입장에서는 청소년이 당장 이자수익 등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고객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 미래 충성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취지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4일 만 14~18세 미만 청소년을 위한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인 '하이틴'을 출시했다.
청소년들은 간단히 케이뱅크 앱에서 휴대폰 본인인증, 약관동의, 비밀번호 설정 등으로 하이틴에 가입하면 입금, 출금, 이체 등 이를 은행 계좌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앱과 연결된 하이틴 카드를 발급받으면 체크카드처럼 이용할 수 있다. 한도는 하루 50만원으로 월 총 200만원이다. 하이틴에 보관할 수 있는 금액 한도도 50만원이다. 특별한 실적 조건이 없어도 월 최대 2000원 캐시백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법적으로 만 12세~13세가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려면, 법정대리인, 즉 부모님 등과 함께 은행을 방문해야만 한다. 만 14세부터 스스로 만들 수 있지만 꼭 은행을 방문해야하고 신분증, 주민등록초본 등 제출 서류가 필수라서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2020년 9월 청소년을 위한 선불서비스 '카카오뱅크 미니'를 은행권 중 처음 출시하면서 청소년 고객 선점 경쟁에 막을 올렸다. 카카오뱅크 미니도 14~18세 미만 고객 대상으로 하며, 최대 50만원까지 보유가 가능하고 하루 30만원, 월 200만원까지 쓸 수 있다. 관련 카드를 발급받으면 결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입·출금이 가능하다.
첫 주자답게 카카오뱅크 미니의 지난달 말 기준 가입자 수는 약 157만명에 달했다. 이들의 82%인 129만명이 미니 카드를 발급받았다.
인터넷은행이 포문을 열자 시중은행도 따라붙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청소년을 위한 금융플랫폼 '리브넥스트'를 출시했다. 특히 14∼18세 청소년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인 '리브포켓'은 고유번호를 받아 실제 계좌처럼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아예 초등학생부터 가입할 수 있는 '아이부자 앱'으로 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결제, 송금, ATM 출금 외에 주식투자 체험, 기부를 할 수 있다. 학생증 겸용 선불카드인 '아이부자 학생증 카드'도 선보였다.
핀테크와 카드사에서도 청소년 고객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토스는 7세부터 사용할 수 있는 '토스 유스카드'를 선보였고 신한카드도 신한은행과 함께 만 14~18세 이하 청소년 고객을 대상으로 별도의 결제계좌 없이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서비스 '신한 밈'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이 청소년에 특화된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미래 충성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취지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익숙한 Z세대에게 편리한 플랫폼으로 금융서비스를 경험하게 하면, 타사로 갈아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만 19~20세 카카오뱅크 미니 고객 중 카카오뱅크에서 계좌를 만든 고객 비중은 70%에 이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소년의 서비스 보유 금액이나 결제 금액은 수만원 수준으로 당장 수익이 나는 고객층은 아니지만 잠재 고객으로 중요한 이들"이라며 "지금부터 재밌고 편리한 금융 경험을 선사해 실제 계좌, 카드 서비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