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베이비스텝' 전망
경기둔화·환율 하락 '변수'
올해 첫 기준금리를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9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3.25%. 올해 초까지 고물가에 따른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당장 8%를 뚫은 대출금리의 오름세가 우려된다. 금리가 더 오르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극심할 전망이다.
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3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진행한다. 채권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해 3.5%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준금리 향방의 결정적 명분이 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를 기록했다. 지난해 6%대를 기록했던 6월(6.0%), 7월(6.3%) 등 보다 둔화됐지만 여전히 5%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1%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최고치다. 한은의 물가 목표치인 2%를 훌쩍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같은 이유로 한은은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혀왔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일 새해 신년사에서도 “국민 생활에 가장 중요한 물가가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금리인상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물가·경기·금융 안정 간 상충 가능성이 높아져, 더욱 정교한 정책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1분기 중 최소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최종금리 수준을 놓고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당초 금통위원 다수가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보았으나 불확실성이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뒤늦게 최종금리 3.5% 전망 합리성을 두고,“경제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번복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가 수준과 한 풀 꺾인 환율, 한・미 금리격차 확대 가능성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미국 정책금리 인상은 한은으로썬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다.
미국은 지난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로 0.5%p 올렸다. 이날 공개된 FOMC 회의록에 따르면 참석자 전원이 올해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올해 말까지 정책 금리를 5.1%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양국간 금리 격차는 미국이 우리보다 1.25%p 높다. 22년만의 최고수준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재가 신년사를 통해 밝혔듯 정교한 정책 조합이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1월 금통위에서는 명시적으로 ‘마지막’ 신호를 보내지는 않겠지만, 이번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 0.25%p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에서는 기존 전망(0.25%p 인상·동결 소수 1명)을 유지한다”며 “지난 10월처럼 FOMC 이전에 열리는 회의지만 미국 관련 불확실성은 그 때보다 크지 않다. 시장 변동성도 잦아들고 있어 11월에 이은 연속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는 0.25%p 금리를 인상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음을 고려할 때 3.5% 이상 지속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면서도 “국내 경기 둔화 압력, 인플레 기대심리 하락 등을 고려할 때 3.5%까지 기준금리 도달 후 국내 긴축 속도가 조절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 큰 폭의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고, 환율도 다소 안정세를 보여 금리인상 필요성이 희석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은도 물가 상승률은 하반기부터 3%대로 낮아지는 ‘상고하저’를 보일 것으로 관측하는 가운데, 과도한 통화 긴축이라는 지적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고통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10년8개월 만에 최고수준에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최종금리 수준을 3.5%에서 3.25%로 하향하고, 1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진욱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경제 성장과 부동산 시장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강조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현재의 3.25%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영경, 박기영 위원 등이 물가 안정을 위해 0.25%p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