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니보틀, 곽튜브 등 여행 유튜버들 TV 여행 예능 진출
플랫폼 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가운데, 유튜버들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전부터 이어지던 타 플랫폼 진출이 더욱 활발해진 것은 물론, 해당 프로그램의 감초 활약 넘어 핵심, 주인공 역할까지 소화하면서 중요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시청자들을 못했던 여행 예능이 다시금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행 유튜버들이 중요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가방 하나 메고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는 극사실주의 표방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 비롯해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윤식당’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서진이네’, 예능에 서툰 배우들의 여행기를 담는 ‘니가 가라 시드니’, ‘두 발로 티켓팅’, 연예인 가족들의 여행을 다루는 ‘걸어서 환장 속으로’ 등 다양한 여행 예능이 차례로 출격 중인 가운데, 빠니보틀, 곽튜브도 출연진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
빠니보틀은 현재 MBC ‘태계일주’를 통해 기안84, 이시언과 함께 남미 여행을 즐기고 있으며 곽튜브는 tvN ‘니가 가라 시드니’에서 배우 허성태, 안보현, 이시언과 함께 호주로 떠날 예정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해외로 떠나는 것 자체가 복잡해진 것은 물론, 대규모 인원이 함께 움직이는 지상파, 케이블 등 TV 예능에서는 해외여행을 소재로 삼은 프로그램을 한동안 보기 힘들었었다. 그 사이 나 홀로 여행을 떠나 그 과정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여행 유튜버들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곤 했다. 물론 이들 역시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잠시 여행을 멈추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TV 예능보다는 한층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여행 유튜버들이 이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TV 예능에서 ‘히든카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현지밀착형 예능과 같은 리얼함에 방점을 찍는 여행 예능이 늘어나면서 날것의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경험은 풍부한 유튜버들이 대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태계일주’의 김지우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빠니보틀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남미가 여행 초심자들이 여행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여행을 많이 다녀본 경력직을 원했다”면서 “예능의 재미 요소보다도 여행 그 자체에 더 초점을 뒀기 때문에 연예인 대신에 빠니보틀씨를 섭외했다”고 말했었다.
이 외에도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의 포맷을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가 그대로 이어받게 되면서, 현재 한문철 변호사가 유튜브와 TV를 자유롭게 오가며 활동 중이다. 왓챠 오리지널 예능 ‘도둑잡기’는 오킹, 천재이승국, 김준표, 퓨어디 등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유튜버들을 섭외, 오페이홀딩스 기업의 숨겨진 비자금을 찾기 위한 상속자와 도둑들의 쫓고 쫓기는 추리극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등 유튜브 콘텐츠, 유튜버들이 곧 기획 그 자체가 되는 경우들도 생겨나고 있다.
채널 구독자들에게는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얼굴이 되는 한편, 방송에는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안정감도 놓치지 않는다. 때로는 자신들의 기획 능력까지도 발휘하면서 프로그램에 풍성함을 더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tvN ‘놀라운 토요일’에서 수년 째 활약 중인 입짧은 햇님을 비롯해 이전에도 먹방 유튜버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먹방을 선보이는 등 유튜버들의 TV, OTT 예능 출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는 있었으나, 이제는 프로그램의 중심에서 극을 이끌거나, 혹은 차별화의 핵심이 되기도 하면서 역할을 서서히 확대 중이다.
한때는 유튜브와 지상파, 또는 OTT들의 문법이 달라 자칫 유튜버 출연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또한 유튜버들이 이러한 간극을 능숙하게 메우지 못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거듭 그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교류는 점차 자연스러워지고 있으며, 유튜브 예능들의 규모도 커지면서 이들의 책임감 및 전문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지금의 예능 스타일에 맞아 들면서, 동시에 하나의 콘텐츠를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해내는 창작자로서의 능력까지. 유튜버들의 장점은 앞으로 더욱 높게 평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타 플랫폼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주면서도, 프로처럼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되고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TV, OTT 예능들에게는 앞으로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유튜버들의 활약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