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상승에 외인 코스피서 4조2천억 사들여
“환율 연내 1200원 하회 전망...車·SW 등 주목”
새해 들어 ‘킹달러’ 현상이 누그러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과 중국 경기 재개(리오프닝) 이슈 등이 원화 가치 상승을 이끌었다. 약달러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하락 수혜주에도 관심이 모인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연초 이후 지난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2757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하루(10일)를 제외하고 꾸준히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의 ‘사자’ 행렬에는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영향이 컸다.
지난해 10월 1440원대까지 찍으면서 초강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230원대에 머물고 있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선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어 유리하다.
달러 강세도 지난해 정점에 도달한 뒤 상승세가 꺾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작년 9월말 20년래 최고치인 114선을 돌파했지만 올 들어 102선으로 밀린 상태다. 달러인덱스가 102선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약 7개월만이다.
달러값이 내리막을 걷는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새해 들어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들이 강세 전환한 것도 달러화 약세의 배경이 됐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9월 7위안대까지 추락했지만 중국이 방역 정책을 완화하자 경기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근 6위안대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원화 역시 주변국의 통화 가치 상승에 연동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수출과 무역수지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 등 원화 가치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여전하지만 기본적으로 강세 전망이 우세하다는 평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인 환율 수준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것보다 강세 폭이 클 수 있을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원·달러 환율 1200원선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크지만 올해 1200원선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연내 추가적인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관련 수혜 업종도 관심사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150원까지 하락하는 구간에선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순매수로 전환하는 업종, 올해 상반기 이익 비중 증가가 예상되는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며 “자동차·소프트웨어·IT가전·화장품·화학·건설·기계·필수소비재·철강이 해당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 중국 경제는 회복보다 둔화가 지속되고 있어 중국 소비 관련주와 위안화, 원화 강세 압력도 일정부분 되돌려질 것”이라며 “이 경우 코스피 반등을 주도한 외국인 수급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얼마든지 반전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