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MLCC 수요 회복에 따라 영업익 1조 유지 가능성
LG이노텍, 애플 훈풍 타고 올해 1조4천억 영업익 전망
IT업체 재고 소진 및 중국발 리오프닝 효과 시기가 관건
전자부품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에도 실적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마트폰, TV, PC 등 IT 세트업체들의 강도높은 재고조정이 지속되면서 적어도 1분기까지는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다만 주요 고객사들의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 및 전장용 부품 수요 증가는 호재 요인이 분명한만큼 하반기부터는 매출 및 이익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나란히 미끄러졌다.
삼성전기의 연결 기준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684억원, 1012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19.0%, 68.0% 급감했다. LG이노텍도 이 기간 영업이익이 1700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60.45% 떨어졌다. 수요 절벽에 부딪친 스마트폰, TV, PC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기존 재고를 줄이는 데 집중하면서 부품 판매가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연간으로 보면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은 1조1828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0.4% 줄었다. 3분기까지 견조한 흐름을 보였던 LG이노텍은 연간 컨센서스가 1조6000억원까지 예상됐으나 막판 4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전년 수준(1조2718억원)에 머물렀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양사 실적도 단기간 내 회복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하반기까지는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삼성전기, 영업익 '1조 클럽' 가능성은…"MLCC 가동률 회복이 관건"
이 같은 업황을 고려한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9201억원으로, 지난해 수준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 비중이 높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가 스마트폰, 가전 등 IT 산업 둔화로 판매가 쪼그라들을 것이라는 이유다. MLCC는 전기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부품으로, 모든 전자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전자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2억1000만대로 전년 보다 11% 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생활가전, IT 인프라 투자 등 전방 산업 수요가 감소하면서 현재까지도 판매에 고루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기 사업부는 MLCC 등을 생산하는 컴포넌트 사업부를 비롯해 카메라 모듈을을 만드는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을 제조하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등 크게 3곳으로 나뉜다. 컴포넌트 사업부 매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43.8%로 가장 많고, 뒤이어 광학통신솔루션(34.0%), 패키지솔루션(22.2%) 순이다.
모두 스마트폰, PC 등 IT 비중이 높아 이들 업황에 따라 삼성전기 실적도 영향을 받는다 . 올해 주요 거래처인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S23을 출시하는 데다, 중국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지난해 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 같은 호재 요인이 전 산업에 불어닥친 수요 침체 분위기를 넘어설지는 미지수다.
삼성전기도 이달 25일 가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는 전략 거래선의 신규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효과에도 불구하고, IT 수요 약세 및 고객사 재고 조정 영향이 지속되고 있어 전분기 대비 매출 개선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었다.
다만 전장용 수요는 성장세가 지속되는 만큼 당분간 IT 업체들의 재고 소진을 기다리면서 동시에 전장용 부품 판매 확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고부가 MLCC 출하량이 늘었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MLCC 뿐 아니라 전장용 카메라 모듈도 성장세를 전망하고 있으며 패키지기판에서도 서버, 네트워크, 전장용 등 하이엔드 제품군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 아이폰 훈풍 타고 올해 1조4000억 영업익 가능성
LG이노텍은 삼성전기와 달리 올해 영업이익이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1조4349억원으로 지난해 1조2718억원 보다 12.8% 많다.
애플 최대 협력업체인 폭스콘 정저우 공장 가동 정상화로 LG이노텍의 실적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저우 공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인력 유출 사태로 생산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이에 JP모간은 4분기(10~12월) 아이폰 출하량이 7400만대에서 7000만대로 줄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기판소재 사업부, 전기차·자율주행차 부품을 담당하는 전장부품 사업부로 나뉜다. 연간 기준 매출 비중은 광학솔루션 81.5%, 기판소재 8.6%, 전장부품 2.5%로 광학솔루션 사업이 절대적이다.
카메라 모듈 중 대부분은 애플향이다. 아이폰 라인업이 많이 팔릴수록 유리하다. 애플에 대한 LG이노텍의 의존도는 70%대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실제 광학솔루션사업부 매출은 애플 14 시리즈 효과로 지난해 연간 15조9650억원을 기록, 전년 보다 35% 성장했다.
애플은 오는 9월을 목표로 아이폰 15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으로, 하반기 LG이노텍의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도 LG이노텍의 실적이 뚜렷한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비중이 절대적인만큼 LG이노텍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이하 FC-BGA) 기판이 대표적으로 삼성전기에 이어 국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FC-BGA는 반도체칩을 메인기판과 연결해주는 반도체용 기판으로, PC, 서버, 네트워크 등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로 쓰인다.
올 상반기 양산체제를 갖춘 뒤 하반기부터 상업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후지 키메라 종합 연구소는 글로벌 FC-BGA 기판 시장 규모가 지난해 80억달러(한화 9조 8800억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한화 20조 2540억원)으로 연평균 9%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수록 삼성전기·LG이노텍 수혜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