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이익만 40조 육박
금융당국 압박 가속화
4대 금융그룹의 연간 순이익이 16조원에 육박하며 또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에 힘입어 이자 마진만 6조원 넘게 불어난 덕이다.
금리 상승으로 서민의 빚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권이 과도한 이자 장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5조8506억원으로 전년 대비 9.0%(1조3078억원) 증가했다. 기존 최대 규모였던 2021년의 순이익 14조5428억원을 한 해 만에 다시 경신한 것이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이 4조642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5.5% 늘며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 쥐었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 역시 4조4133억원으로 0.1% 증가하긴 했지만, 신한금융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이밖에 하나금융도 3조6257억원으로, 우리금융은 3조1693억원으로 각각 2.8%와 22.5%씩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뒷받침한 건 단연 이자이익이었다.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40조원에 육박한다. 실제로 이들의 이자이익은 39조6739억원으로 20.0%(6조6242억원) 증가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KB금융의 이자이익이 11조3814억원으로 18.9% 증가했다. 신한금융 역시 10조6747억원으로, 하나금융이 8조9198억원으로 각각 17.9%와 19.9%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우리금융의 이자이익도 8조6970억원으로 24.5% 늘었다.
이자이익 확대는 기본적으로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등을 거치며 은행 대출이 늘어난 가운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로 벌어들인 이익이 크게 불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에만 기준금리 0.50%포인트(p)를 올리는 빅스텝을 포함해 일곱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2.25%p 올렸다. 통상 기준금리가 0.25%p만 높아져도 주요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은 0.03∼0.05%p가 뛰고 이자이익도 1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지난친 이자 장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는 급격히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국내 17개 은행(산업·한국씨티은행 제외)의 가계부문 평균 예대금리차는 지난달 1.73%p로 지난해 12월보다 0.10%p 커졌다.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의 이자 장사를 주시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6일 "은행은 국민 대부분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은행이 발생한 이익의 3분의 1을 주주 환원,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한다면 최소한 3분의 1은 국민들 내지는 금융 소비자들에 대한 몫으로 고민을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게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의 사회공헌 노력이 주주환원이나 성과급에 대한 배려보다 더 적은 금액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