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형사재판, 메디-ITC ‘무승부’
패소 시 비용 부담 커...항소전 간다
지난 7년간 지지부진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이어지던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톡스 전쟁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는 이날 오후 2시경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소송’의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이번 민사소송은 양사 간 벌어진 소송전의 마지막 장이다.
양사는 지난 2016년부터 흔히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개발을 위해서는 원료가 되는 균주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도용해 제품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대웅제약은 이를 부인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2017년 1월 대웅제약을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날 선고가 예정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공판이 이어지던 중 양사의 분쟁은 미국 파트너사 분쟁으로 번졌다. 2019년 메디톡스와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사 엘러간이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재 형사소송과 ITC 행정소송은 마무리가 된 상태다. 결과는 무승부. 먼저 마무리된 ITC 행정소송은 메디톡스의 ‘판정승’이다. ITC는 양 측 증거를 살핀 뒤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정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성을 인정하며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에 대해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메디톡스가 당초 주장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성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대웅제약에 대한 행정처분이 내려진 것에 메디톡스의 판정승 결론이 났다. 다만 수입금지 조치는 양사와 파트너사 간 합의를 통해 지난해 10월 무효화됐다.
국내 형사소송은 대웅제약이 승리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는 지난해 2월 메디톡스의 형사고소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 측은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관련 직원들의 진술 등을 살펴본 결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두 차례의 소송전에서 누구 하나 뚜렷한 승자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번 민사소송 판결로 지지부진한 7년 공방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역시 이번 판결을 두고 상당히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지난해 12월 16일로 예정됐던 1심 선고일은 지난 1일로 미뤄졌다 또 한 번 연기됐다. 앞선 두 차례의 판결이 엇갈린 데다 이번 결과에 따라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업계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1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패소한 쪽은 무조건 항소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관계자는 "만약 대웅제약이 패소한다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청구한 501억원의 손해배상액을 물어줘야 한다"며 "캐시카우인 보톡스 ‘나보타’ 매출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메디톡스가 패소할 경우에도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게다가 메디톡스의 경우 식약처와의 본안 소송 등 현재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입지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패소 여파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사는 이번 선고에 대해 말을 아끼는 중이다. 양사의 항소전 여부는 이날 선고 이후 뚜렷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