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 개최 여부 주목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 공제율 상향 다룰 예정
민주당의 '재벌 특혜' 반대 기조로 난항 예고도
국회 첨단전략산업특위에 양향자 의원 배제 논란도
국회 기획재정위가 14일 전체회의 및 조세소위원회를 열어 다시 한번 'K칩스법(반도체산업강화법)' 핵심인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글로벌 불황으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는 다시 한번 기대감을 내포하면서도, 여야의 거센 대립에 사실상 신속한 처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국회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회 기재위는 조세소위 개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조세소위가 열린다면,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율을 대·중견기업 기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 기준 현행 16%에서 25%까지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다루게 된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해당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그간 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세액 지원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미국을 포함한 반도체 주요 경쟁국들의 전폭적인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의 지원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지원이 턱없이 낮아 글로벌 경쟁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목소리였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 10일에도 자료를 내고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금리 인상, 반도체 불황 등 경제여건악화로 인해 민간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반도체 업계의 중장기적 투자계획 수립을 위해 2월 내에 신속한 입법 추진을 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최근 통계청 광업 제조업 조사에 따르면 2016년 대비 2020년 우리나라 제조업생산 증가의 70%, 부가가치 증가의 80%를 반도체 산업이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제조업 종사자 감소분의 70%를 반도체 산업의 고용 증가로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러한 근거를 조목조목 짚으며 "정부의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율 확대 추진은 경제 여건 악화로 위축된 민간 기업의 투자 여력을 높여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전후방산업의 생산유발 및 일자리 창출 효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업계의 기대처럼 K칩스법이 이달 중 처리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높지 않은 상태다. 야당이 이를 두고 "대기업 및 재벌 특혜법"이라며 공세를 쏟아붓는 등 부정적인 태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 산업 분야의 지원·육성 방안 논의를 맡는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에 양향자 의원이 배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양향자 의원(무소속)은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아 이른바 'K칩스법(반도체산업강화법)'을 발의한 인물이다.
국회 첨단산업위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의원 7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0명과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 1명으로 구성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경우 각 당에서 제출한 명단에 따라 선임되지만 비교섭단체의 경우 신청서를 제출한 의원 중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임해 구성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출신으로 국회에서 반도체 관련 입법에 주력해왔던 양향자 의원이 정작 첨단산업위에서 배제되자, 정계 및 산업계에서는 "K칩스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의 거센 반대 등을 포함해 난항이 예상된다"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한 정계 관계자는 "당초 국회 차원의 특위 격상을 목표로 양향자 의원이 7년 간 목소리 내왔고, 국민의힘 반도체 특위 위원장도 맡았던 것 아니냐. 국회의장의 결정이 절차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당황스러운 결과"라며 "반도체 전문가 양 의원이 빠지고 해당 자리에 언론인 출신 민형배 의원이 들어갔다.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향자 의원은 13일 오전에도 현행 K칩스법 세액공제율과 관련해 "(한국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하는 추가 심의에 긍정적인 입장 및 의지를 표한 바 있다. 다만 이날 오후 민형배 의원실에서 첨단산업특위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함과 동시에 특위 배제 사실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반도체 업계는 역대급 불황을 맞이한 상황이다. 국내 상황만 들여다본다면 삼성전자 반도체의 전년도 4분기 영업익은 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가량이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이 무려 1조7012억원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마이크론 같은 경우는 적자가 나면 기업에 세금을 돌려주기도 한다. 바로 그런 제도가 미국 반도체 기업이 살아남는 하나의 원인"이라며 "국내 일자리 창출 및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세액공제라는 당근책이 우리 산업 체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줄 무기"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