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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10조 지원" 부풀리기 논란…이래도 저래도 '뭇매'


입력 2023.02.16 10:33 수정 2023.02.16 10:38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실제 출연금 7800억원…보증배수 효과

尹 잇따른 질타에…은행 구조개혁 착수

5대 은행 사옥 ⓒ 각 사 제공

은행권이 ‘돈잔치’ 비판에 다급히 10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놨지만, 실제 재원은 7800억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역효과가 일고 있다. 정부와 여론의 뭇매에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지만, 효과는 거두기는커녕 되려 강제 시장 개편 위기에 처한 실정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가 전날 내놓은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는 향후 3년 간 10조원을 취약계층 등을 위해 공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우선 은행권은 공동으로 출연한 사회공헌사업 자금 5000억원을 활용해 취약계층에 3년간 약 3조원을 지원한다. 새희망홀씨·햇살론15·햇살론뱅크·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 서민금융상품 공급 규모도 기존 6조4000억원에서 3년간 9.3% 늘려 7조원까지 증액한다. 이렇게 할 경우 3년간 약 4조원 지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 보증 재원도 기존보다 800억원 늘려, 보증규모를 1조원 추가 확대한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특별출연을 기존 연간 약 2600억원에서 3200억원으로 확대해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3년간 약 3조원을 추가 지원한다.


그러나 이날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10조원 지원액은 대부분 보증 배수 효과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증 재원만 일부 늘려서 보증액의 10배가 넘는 것으로 추산하는 대출 증가액을 지원액에 포함한 것이다. 실제 은행권 공동 재원 규모는 7800억원에 그쳤다. 지난 1월 말 발표했던 3년간의 사회공헌기금 5000억원에 이번에 추가로 공급할 2800억원을 더한 수치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회공헌 사업 관련 질문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은행권의 공동 모금이 효과적이지 않아 공동 모금은 최대한 자제하고, 개별 금융지주나 은행의 특색에 맞게 하는 쪽이 훨씬 낫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고통분담’에 수긍하면서도 대통령까지 나서서 질타를 하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도 대기업 이상의 자금을 들여 사회공헌을 하는 중이고, 순이익의 3분의 1 가량을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에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장 많은 비판이 쏟아지는 ‘이자장사’는 금리 상승에 따른 효과인데, 이는 ‘금리 왜곡’을 야기한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사이 예대금리차가 확대됐고, 은행 이자이익도 더 늘어났다는 논리다. 최근에는 고금리 이자부담 심화를 우려한 정부가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면서, 은행 수신 금리가 기준금리(3.5%)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금리를 조절하는데 정부의 주문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해 주요 은행은 대기업 대출로 수익성을 개선했는데, 자금경색에 따른 채권발행의 어려움으로 기업대출이 늘어난 구조적 영향도 컸다”고 분석했다.


은행권은 당분간 고립무원이다. 운석열 대통령이 공공성을 강조하며 은행 산업의 과점체제를 비판하고 나섬에 따라, 금융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4일 임원회의에서 은행 과점체제 수술을 예고한 바 있으며, 본격적인 방안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은행산업의 근본적 구조 개선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은행의 공공성은 무시할 수 없지만 민간기업으로, 공공재로 못박는 순간 은행의 자율성이 완전히 사라질 우려가 있다”며 “그동안 통화정책이나 정부의 금융지원 요청 등에 충실히 협조해왔는데 지금은 공공의 적이 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과점 체제 개선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경영 개입은 ‘관치’ 이미지를 부각시켜, 은행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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