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중 개선방안 발표예정
과점구도 체제→완전경쟁 전환
긴금생계비대출 고금리 지적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얻은 막대한 이익으로 소위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기 악화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내고 은행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은행권의 영업·경영 구조를 전반적으로 뜯어 고치겠다는 것인데, 일각에선 민간기업에 대한 지나친 ‘관치’라는 비판과 함께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업구조 손질…현실성 “글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에서 이달 안에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겠다고 보고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은행권, 학계, 법조계, 소비자 등이 참여하는 TF는 세부적으로 은행권 경쟁 촉진과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이 논의될 예정이며, 빠르면 올 상반기 안에 개선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앞서 여러차례 강조한 ‘상생금융’에 따른 것으로, 과점구도에 기댄 과도한 이자수익 의존도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보상위원회 운영 및 성과보수체계 실태점검, 대손충당금 적정성 관련 결산 검사 실시, 사회공헌 실적 점검 등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14일 임원회의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대 은행 성과급이 1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이 은행 과점 체제의 영향으로 보고 완전 경쟁 체제로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스몰 라이선스, 제4인터넷전문은행 등을 통해 은행업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은행업의 경우 단일 인가 형태지만 인가 단위를 낮춰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은행들을 활성화할 경우 5대 은행처럼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과점 체제를 깰 수 있다는 복안이다. 예컨대 소상공인 전문은행, 도소매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이 나올 수 있다.
업계 안팎으로도 국내 은행업의 경쟁 체제를 유도할 ‘메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조차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제도개선이 실제 과점체제를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 은행도 첫 출범 당시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시중은행의 대항마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며 “은행업 규제 장벽이 높은 상황인 만큼 후발주자들이 수익성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차주에 ‘고금리’ 논란 지속
금융당국은 아울러 3월 출시 예정인 긴급생계비 대출 금리를 15.9%에서 최저 9.4%까지 내리기로 했다. 정책 대상이 되는 차주는 연소득 3500만원 이하·신용하위 20%로, 연체 이력과 상관없이 최대 100만원을 빌려준다. 금리는 15.9%에서 6개월 상환 시 12.9%, 1년 상환 시 9.9%까지 내려가고, 금융교육을 이수하면 0.5%포인트(p) 추가해 최저 9.4%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대출한도는 최대 100만원이며, 우선 50만원을 빌린 후 6개월 이상 성실 상환한 경우에 추가로 50만원을 빌릴 수 있다.
당국이 제시한 긴급생계비대출이 각종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은행권도 분주한 모습이다. 은행연합회는 향후 3년간 취약계층 지원에 10조원 이상을 추가로 공급하는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은행들이 투입하는 재원은 3조8000억원 가량이며, 10조원은 시장에서 발생할 지원 효과를 계산한 수치다.
긴급생계비 대출 정책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포함된 취약계층 지원 정책이다. 그러나 문제는 처음부터 100만원을 대출해주는 것이 아니라, 성실상환하면 50만원을 추가 대출해주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울러 긴급생계비대출이 여전히 고금리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앞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긴급 생계비 대출에 대해 “대출 한도가 적고 금리가 높다는 점에서 생색내기용, 구색 맞추기용 대책에 불과하다”며 “연 15.9%라고 하면 취약계층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금리”라고 말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내놓는 정책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고, 관치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라며 “현재는 민심 달래기용이 아닌, 소통을 바탕으로 한 정책 방향이 중요하며 은행권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