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월세 앞질러
월세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 부담 가중
전셋값 하향 조정…전·월세 저울질 계속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월세를 택한 수요자들이 다시 전세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월세 선호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전셋값은 떨어진 데다 월세가격이 오른 데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다.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1월의 아파트 월세(월세·준월세·준전세 포함) 거래건수(계약일 기준)는 6412건으로 한 달 전보다 31.7% 크게 감소했다.
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7769건을 기록한 이후 11월 8029건, 12월 9393건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1년간 가파르게 치솟은 기준금리와 전세사기 피해 우려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월세가 전체 임대차 계약의 절반을 차지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8802건으로 6.8%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1월 전체 임대차 거래량(1만5214건) 가운데 전세 거래 비중은 57.9%로 다시 월세를 앞질렀다.
올해 들어 '전세의 월세화'가 주춤한 데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충격이 어느 정도 해소된 데다 월세가격이 지속 상승하며 수요자들의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3%대로 떨어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한 달 전보다 0.47%포인트 하락했다.
코픽스는 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국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오르내린다. 시장금리가 수신금리에 영향을 주고, 또 대출금리를 움직이는 구조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고금리 시기에 막대한 이익을 낸 은행권을 정면 비판한 것도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하를 부추긴다.
월세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면서 월세가격은 오른 반면, 전셋값이 떨어진 점도 영향을 미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월을 기준(100.0)으로 서울의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년간 105.5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준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94.3으로 떨어졌다. 올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년 전(6억6932만원)보다 8.8% 감소한 6억1031만원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월세 대비 전세의 가격적인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월세로 쏠렸던 수요가 전세시장으로 분산된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단기간 금리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전세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은 만큼 전세와 월세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일반적으로 경직된 시장이 아니라면 월세가 대출이자보다 비싼 게 정상이지만, 금리 인상으로 유발되는 이자 비용이 월세 수준을 뛰어넘으면서 전세수요가 월세로 돌아선 것"이라며 "동일한 비용이 발생한다면 목돈 마련을 위해선 여전히 월세보다 전세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 임대차시장에서 전세와 월세 비중이 6대 4 정도였는데 급격하게 조정을 받으며 5대 5 비중까지 갔다가 올해 들어 정상화된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시장이 적응해가는 시기이기도 하고 월세가 오른 만큼 전셋값은 조정을 받아서 굳이 월세로 갈 필요가 없다는 수요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시중금리가 조정을 받긴 했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며 '아파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세사기 피해 우려가 적지만,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선 관련 이슈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아 월세 선호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