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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이제 '정점'…속도 조절 모드 진입


입력 2023.02.23 13:47 수정 2023.02.23 13:50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1년 5개월 인상 기조에 '마침표'

물가보다 경기 불확실성 '초점'

미국과 벌어지는 격차 대응 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마침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1년 반 가까이 이어져 온 인상 기조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이제는 금리가 정점을 찍은 모습이다.


물가상승률이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는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는 자신감과 함께, 이제는 경기 불확실성 지표들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미국의 계속되는 공격적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격차 확대는 향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은은 23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1년 8월 이후 지난 달까지 1년 5개월간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일단 종료를 맞게 됐다.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불확실성의 요인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금통위 측은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연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어떻게 되든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을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3.75%로 한 차례 더 올릴지 여부 정도가 관심이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뉴시스

한은이 '일단 멈춤'을 외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물가 흐름이었다. 이전까지 금리 인상의 가장 큰 명분이었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제는 어느 정도 해소돼, 이제는 금리 인상 파급효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11월 전망치(3.6%)보다 0.1%포인트(p) 낮춘 3.5%로 발표했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전망치도 함께 낮췄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 목표치(2%)를 훌쩍 넘는 5.2%지만, 한은은 올해 안으로 3%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월에도 5% 가까운 인플레(물가 상승)가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3월 이후로는 많이 떨어질 것을 전제로 보고 있으니, 이 정도 수준서 지켜보는 것이 오히려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좋은 시점에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전날 열린 임시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과거 평균 수준으로 볼 때 기준금리를 총 3.0%포인트(p) 올린 효과로 올해까지 물가상승률을 1.3%p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본격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진욱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3% 미만으로 안정화 될 가능성이 있는 6월부터 비둘기파적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8월부터 정책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해 하반기 0.75%p 인하하고, 내년 1분기에도 0.75%p 인하해 기준금리가 2.0%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정점론의 배경에는 앞으로 물가보다 경기를 챙기는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해석이 깔려 있다. 이 총재도 이날 금리 동결 배경으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했다"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주요국의 통화 정책, 중국 경제의 회복 상황, 국내 부동산 경기 등과 관련한 전망 등 여러 불확실성 요인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기준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자금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도 함께 생각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대 사수마저 염려되는 실정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전망치 1.7%보다 0.1%p 낮아진 수치다. 올해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과 내수 부진이 겹친 데다 불확실성도 높아져서다.


1%대 초반의 경제성장률은 과거에 겪었던 몇몇 경제 위기 때를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이다. 1980년 오일쇼크(-1.6%)와 1998년 외환위기(-5.1%), 2009년 금융위기(0.8%),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0.9%) 등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50~4.75%로 0.25%p 올렸다. 그런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두어 번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이미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1.25%p까지 벌어져 있는 상태다. 2000년 10월 1.50%p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만약 미국이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간극은 1.75%p까지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자본시장은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절하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다만, 이 총재는 한미 간 금리차 우려에 대해 "한미 금리차이 적정 수준이 있냐고 물으면 변동환율제에서는 기계적으로 적절한 차이, 위험한 차이라는 것이 없다"며 "그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변동요인이 될 수 있어 고려하긴 하지만 외환보유고를 활용하거나 기준금리 등 모든 옵션을 두고 정교하게 결정하는 일이 제가 할 일"이라고 답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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