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1년 ①] 얻은 것 없이 사망자만 많은 전쟁

지난해 2월 24일 러 침공 후 만 1년

'韓 남북한식 영토 분할' 등 제시되지만 양국 합의 없어

러군 사상자 약 20만명 추산…우크라도 민간인 포함 10만명 이상

장기전 가능성 제기돼

지난해 4월 21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을 탈출한 한 할머니가 자포지라 난민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1년을 맞았다. 전쟁이 단시일 내 종결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상과는 달리 1년이 넘도록 러시아군과 우크라군은 여전히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두 나라는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전 세계 공급망 병목현상과 에너지난 등을 불러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중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부터 전황(戰況)과 전망, 경제적 손실, 재건사업 등을 다루는 시리즈를 싣는다.

지난해 2월 24일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해방하겠다는 미명 하에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는 긴급 연설과 함께 침공을 단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진하자 서방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반발과 친러 성향의 돈바스 지역에 대한 해방을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주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들의 독립선포에 독립국 지위를 부여하며 평화유지군 진입을 명령했다.

20만 명에 가까운 병력을 총동원한 전면 침공으로 사흘 내에 수도 키이우가 함락되고 한 달 이내 우크라이나가 항복할 것이라는 예상했다. 러시아는 개전 초 병력과 무기를 앞세워 우크라이나 키이우롤 포함해 주요 도시인 헤르손시 등을 점령하면서 파죽지세로 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의 불퇴전의 항전의지에 전쟁의 판도는 바뀌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등의 지원에 힘입은 우크라이나가 맹반격하며 영토 회복에 나섰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과 재블린 미사일로 러시아군의 전열을 흩뜨려놓았고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비롯한 장거리 무기로 동북부 하르키우주를 대부분 수복했다.

기세가 꺾인 러시아군은 지난해 4월 2일 결국 우크라이나 도시 부차와 이르핀을 비롯해 키이우 지역서 후퇴했다. 러시아가 수세에 몰렸다는 관측이 제기될 즈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인 동부 도네츠크, 루한스크 주와 남부 자포리자와 헤르손 주의 합병을 발표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예비군 30만 명을 징집하는 부분 동원령도 내렸다. 이로 인해 러시아 내에서는 징집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탈출하는 자국민들의 탈출러시가 이어졌으며 지역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 거리에 파괴된 러시아군 전차가 방치돼 있다. ⓒAP/뉴시

전쟁의 시작과 최근 동향

러시아군은 겨울이 오면서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미사일로 공습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최근 서방에 자국 주력 탱크를 지원 받고 군대를 훈련하며 전쟁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격렬하게 맞받아치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전쟁 종식을 위해 우크라이나 영토를 한반도처럼 분할하는 '남북한식 시나리오' 등이 제시됐지만 양측은 아직 협상에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양국의 피해만 확대되고 있다. 전쟁에서 죽거나 다친 러시아군은 최대 20만 명에 이른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정규군과 민간 용병단 와그너 그룹 등에서 발생한 전사자가 4만~6만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부상자와 전사자를 합친 사상자 수는 17만5000~20만명으로 추정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사상자 수가 약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자국군 사상자 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민간인 피해 규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진격을 하면서 민간인 구역에도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등의 피해를 입혔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군이 후퇴한 부차와 이지움, 마리우폴 등에서 대규모의 매장지가 발견되고 민간인 학살 정황이 포착되며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양측이 협상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 수 년 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우크라이나도 올해 모든 점령지를 수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