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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내도 성과급 달라?…"이러다 잔칫상 엎을라"


입력 2023.03.06 12:21 수정 2023.03.06 12:2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SK이노베이션·삼성전자·현대차 '차등 성과급'으로 진통

"성과에 따른 보상 당연한 것…논란 계속되면 성과 보상 의지 꺾일 수도"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SK서린빌딩,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LG트윈타워(출처 :각사)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지난해 호실적의 대가로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계열사별, 사업부문별 실적을 기준으로 한 차등지급에 대한 반발로 진통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성과급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에너지·화학·배터리부문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계열사별 성과급 차등 지급에 대한 일부 직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모든 계열사에 차등 없이 성과급을 지급해오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계열사별 성과에 따라 기본급 기준으로 0~800%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IB스킴’을 도입한 게 논란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조원에 육박(3조9989억원)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익의 대부분을 석유 관련 사업부문에서 책임졌고 배터리사업은 1조원에 육박(9912억원)하는 적자를 냈다.


3조391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석유사업 부문 계열사 SK에너지의 경우 상한선인 800%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챙겼지만 적자를 낸 배터리 사업부문의 SK온은 아예 성과급이 없었다.


이에 반발한 일부 SK온 직원들 사이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인스타그램으로 새 성과급 제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담은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자는 움직임까지 일었다.


사업부문별 성과급 차등 지급이 정례화 된 삼성전자 역시 올해는 유독 심한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올해 초 사업부별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하면서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반도체 사업부(DS부문) 직원들에게는 연봉의 50%를 책정했지만, 4분기 적자를 내는 등 고전한 생활가전사업부는 연봉의 7%를 책정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른 직원들의 반발이 심해지며 생활가전사업부 직원들을 주축으로 DX부문 별도 노조까지 출범했다. 이들은 DS 부문과의 성과급 격차 등 부문별 차등 대우에 대응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완성차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 직원들에게 지난해 호실적과 해외에서의 품질관련 수상 등을 이유로 400만원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했다가 다른 계열사 노조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현대차·기아보다 100만원 적은 300만원을 지급받은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달 22일 본사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성과급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이 기업들의 성과 보상 의지를 꺾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성과급의 취지가 전년도 성과를 보상함으로써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자는 것인데, 성과와 무관하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속출하면 굳이 법적 의무가 없는 비용을 지출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021년 10월 SK온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이후 정유 부문과 배터리 부문이 완전히 분리된 상태다. 정유와 배터리 업황이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는 만큼 두 회사 직원들에게 언제까지 동일한 성과 보상을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와 윤활유 등은 지난해 업황 호조로 실적이 좋았지만 전기차 전환 등의 추세로 점차 사양화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면서 “역으로 배터리는 대표적인 유망 업종인데 두 부문을 묶어서 가져가면 오히려 배터리 쪽 직원들에게 손해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과거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이치가 당연시 됐고, 부문별 성장의 원동력이 됐으나, 노조 설립이 잇따르면서 그런 선순환이 단절될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매년 성과급, 격려금 등으로 진통을 겪는 상황이 삼성전자에서도 재현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분야에 대응하기 위해 IT·소프트웨어 분야 연구개발(R&D) 인력 확보가 시급하지만, 노조의 반발로 이들에 대한 성과 보상의 길이 사실상 막혀 있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취지가 사라진다면 성과급이 존재할 이유도 없다”면서 “성과와 무관하게 같은 돈을 달라는 식의 논란이 계속되다가는 좋은 성과를 내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못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잔치에 초대를 못 받았다고 잔치상을 엎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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