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D-22'…국민연금 VS 개인주주
현대차그룹·신한은행 표심 변수 떠올라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달 31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윤경림 현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대표 이사로 선임될 경우 KT는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2.0'을 시작한다. 만약 이날 주총에서 차기 대표 이사를 확정하지 못할 경우 반대의 경우에는 오는 4월 한 달간 대표가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해야 한다.
9일 KT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최종 후보 윤경림 사장의 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차기 대표로 확정될 경우 윤 사장은 오는 2026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대표이사를 맡는다.
선임 과정 자체는 순탄치 않다. 단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10.13%, 작년 말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의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아직까지 국민연금이 별다른 입장을 내고 있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높게 점치고 있다. 이들은 구현모 현 대표 연임 절차에서부터 선임 과정 투명성과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등을 지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4.6%·현대모비스3.1%)와 신한은행(5.58%)의 상황도 변수다. 이들은 당초 구현모 대표와 맺은 사업 협력 관계에 따라 KT 우호 지분으로 분류됐지만, 핵심 주주인 국민연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이자 신한은행 최대주주인 신한금융지주의 최대 주주다.
만약 현대자동차그룹과 신한은행이 윤경림 사장에 찬성표(13.28%)를 던질 경우 국민연금(10.13%)의 반대에도 차기 대표로 선임될 수 있다. 다만 세 기업 중 반대표가 나올 경우 소액주주(약 33%)와 외국인(44%)의 표심으로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현재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미 윤 사장의 찬성표를 준비하고 있다. 윤경림 사장이 한 때 KT 주가를 4만원 근접하게 끌어올렸던 구현모 대표의 주주가치제고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을 것이 유력하다는 판단에서다. 윤경림 사장 역시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상태다.
네이버카페 'KT주주모임'에서는 이날 8일 오후 기준 220만주 가량이 모여있다. 현재까지 220만주(0.78%)가량이 윤 사장 선임에 찬성표가 있는 것이다. 주주모임은 주주 1000명, 주식 수 500만 주가량을 모아 주총에서 윤경림 사장 선임에 찬성표를 던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액주주 모두가 윤 사장 선임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전날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등이 개최한 '문제기업 이슈 분석 및 연기금 촉구 좌담회'에서 김미영 KT 새노조 위원장은 KT 이사회를 비판하며 "대형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훈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더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며 "관치 논란을 이유로 이를 후퇴하려는 움직임은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 투자자가 투자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지난달 28일 여권에서도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주총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섣부르게 향후 행보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윤경림 내정자가 최종 후보자로 확정된 직후 곧바로 지배구조개선 TF(가칭) 세우고 지배구조개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지배구조개선 TF는 국내외 ESG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민영화 이후 지속 발전시켜 온 지배구조 체계를 점검하고, KT가 조기에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세울 예정이다. 이를 통해 소유분산 기업의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해 국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모범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이다.